엄마들 초미의 관심 '유치원 3법' 왜 표류하나

한국당 시간끌기로 소위 논의조차 안되는 상황…추진력 떨어져
野 "사유재산성 인정해야…에듀파인 말고 별도 회계시스템 필요"
여당 내 균열도 발생…민주당 뒤늦게 한유총과 간담회 열고 의견 청취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2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사립 유치원의 비리 방지를 위한 '유치원 3법'이 야당의 '시간끌기'에 올해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여당 내에서도 단일대오의 균열이 발생하고 있어, 추진력이 점점 떨어지는 모양새다.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논의자체를 연기하자고 주장하면서 별다른 진척없이 끝났다.


자유한국당은 11월에 중 관련 법안을 내겠다며, 해당 법안과 병합해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안심사 소위에서도 내용조차 논의하지 못했다.

곽상도 의원은 "한국당 법안이 나오면 다시 심사해야 한다. 오늘 심사해봐야 우리는 다음에 하자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논의를 피했고, 이에 박용진 의원은 "발의도 되지 않은 법을 곧 낼 테니 기다려달라는 건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지만 소용 없었다.

교육위는 19일쯤 법안소위를 한번 더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박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치원 3법은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부지원금을 교육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유아교육법)을 담았다.

또 법인장과 유치원장을 분리해 관리·감독 체계를 정비(사립학교법)하고, 유치원 급식도 학교급식처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학교급식법)도 포함됐다.

사립유치원 또한 분명한 사립학교법상 교육시설로 보고 회계 등에 대한 전횡을 국가가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원아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어 이들의 비리가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와 한국당은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복잡하게 꼬이는 모습이다.

한유총은 사적 재산을 사용해 설립한 유치원을 단순히 교육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운용 전반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 유치원 설립자들은 자신이 지은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사유재산에 대한 별도의 사용료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특히 정부 지원금이더라도 교육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받은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모든 자금 사용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부분도 유치원 소유주로서는 선듯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에 따라서는 투자금에 비해 적자를 보는 곳도 많아서, 정부 지원금을 사적으로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유치원을 유지할 유인도 없다는 주장도 '유치원 3법'을 흔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대량 유치원 폐원 사태가 발생해 오히려 부모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협박성 주장을 하기도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비공개 대토론회(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박용진 3법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스티커로 의사를 표시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한국당도 준비할 법안에 이러한 의견을 충분히 담겠다는 방침이다. 에듀파인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방안에서 벗어나 회계투명성을 강화하면서도 사적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별도의 회계 시스템 도입을 하는 방향과 최소 이익을 보전해 주는 방안 등 사유재산의 성격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15일 내부 토론회도 개최해 전문가와 한유총의 의견도 경청해 법안을 준비해나가겠다"며 "숙고해 이번달 안에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단순히 정책적 보완성격보다는 예산정국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립유치원 이슈는 여당에서 먼저 꺼낸 것이라는 점도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야당의 반대 아닌 반대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조차 이견이 나오면서 다소 동력이 빠지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유치원 3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회계투명성을 강화해야겠지만, 사유재산인 만큼 이익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치원 3법의 취지에는 공감을 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정부 지원금도 노동의 대가일 수 있는데, 이를 자유롭게 못 쓰게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국당이나 한유총과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민주당은 뒤늦게 현장 유치원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섰다. 민주당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특위는 정부의 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 방침 및 공공성 강화 정책에 대해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남인순 특위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오신 분들은 에듀파인 시스템과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분들이었다"며 "앞으로 한유총 회원들과도 만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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