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15일 이재명 지사와 '옛 공관'서 '방북' 논의 예상

리종혁·김성혜 등 북 대표단, 14~17일 경기도 방문
15일 수원 '굿모닝하우스'서 이 지사와 식사 예정
판교 테크노밸리·화성 농업기술원도 참관해 관련 논의
학술회의에는 이해찬 대표 참석해 '축사'·강제징용 관련 합의도 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오른쪽)와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사진=자료사진)
경기도와 (사)아태평화 교류협호가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 참석하기 위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등 북한 대표단이 14일 경기도를 방문한다.

1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북한 대표단은 리 부위원장, 김 실장을 비롯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 김춘순 연구원, 조정철 참사 및 지원 인력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이날 저녁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엠블호텔에서 여장을 풀 예정이다.

15일 일정은 북측의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 대표단은 이날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와 화성시 소재 경기도 농업기술원을 방문하고 옛 경기도지사 공관이었던 수원 굿모닝하우스에서 이재명 지사와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자리에서 경기도립무용단의 공연이 펼쳐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 지사의 방북일정 논의는 15일 '굿모닝하우스'에서 진행되는 식사자리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북측과 사전 합의한 농림복합사업 추진 등의 일환으로 경기도 농업기술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지사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밝힌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의 구체적 결과의 골자는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올해 11월 14일부터 17일까지 개최키로 확정 ▲ '옥류관'을 경기도에 유치하기 위해 북측과의 협상 창구 개설 ▲황해도 지역의 농림복합형 농장 시범사업에 대해 향후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북측의 농업 발전을 지원키로 약속 ▲남양주시 크낙새 광릉숲 복원사업, 용인시 남북 유소년 축구 친선대회, 화성시 남북 체육교류사업, 연천군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개최 논의 등이다.

16일 오전 10시에는 파주시의 임진각 평화누리를 방문해 '망배단'을 구경한다. '망배단'은 1985년 9월 26일 조성, 매년 명절 때면 실향민들이 이곳에 와서 고향을 향해 절을 하는 곳으로 향로와 망배탑이 있다. 망배단 뒤쪽에는 1953년 건설된 자유의 다리(경기기념물 162)가 놓여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와 경기도 대북교류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화영 평화부지사(이 지사 왼쪽) (사진=윤창원 기자)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경기도 방문의 주 목적인 고양 엠블호텔에서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학술회의)'에 참여해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진상규명과 21세기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주제로 토론을 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이재명 지사가 환영사를 할 예정이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초청을 받았으나,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당 학술회의에는 일본 정계내 대표적 지한파로 분류되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초리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참석해 주제발표를 한다. 또 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이사장, 박인환 건국대 교수, 여혜숙 민주평통 여성분과위원장 등이 북측 대표와 함께 토론에 나선다.

특히 경기도와 북측 대표단 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합의문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도와 북측 아태위는 토론회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에 입각한 대일(對日) 배상과 관련해 공동 대응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아태지역 평화가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밀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에 책임 있는 사과 등의 조처를 하지 않은 인식을 공유하고 '강제징용 피해와 관련해 양측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의미가 담긴 합의문을 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제강점기 희생자 추모 공원 건립도 의제로 다뤄지고 행사장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관련한 사진과 북측 그림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경기도와 북측은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경기도-북한 경제·문화·체육 등의 교류협력' 협약식을 갖는다. 북한 대표단은 이같은 일정을 소화한 후 17일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성혜 실장의 경우 남북관계와 북미협상에 있어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방문 기간 동안 당국자 면담 등의 일정이 마련돼 남북문제, 북미고위급회담 연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관련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15일에는 언론 취재 등에 대해 비공개 일정을 잡았으나, 현장 분위기를 감안해 북측과 협의, 공개할 수도 있다. 대일 문제에 대해서는 남과북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측면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와 북한의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비롯 이 지사의 방북일정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 대표단 중 고위급으로 분류되는 리종혁 부위원장은 1990년대부터 대남사업에 관여한 인물로, 지난달 15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났고,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남북 국회회담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혜 실장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참석, 이 기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보좌했다. 지난 6월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겸 당 부위원장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데 이어 같은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도 관여하는 등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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