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되는 움직임은 계파 간 대결구도를 피해보려는 중재 노력이다. 위기관리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비대위가 '친박 VS 비박'의 갈등구도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각 계파의 거물급 중진 의원들이 직접 물밑 타협에 나섰다는 것이다.
자칫 계파 간 대결양상이 펼쳐질 우려가 제기되는 계기는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2~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당 대표 선거다. 1차적으로 원내대표 후보부터 합의를 이뤄낼지에 따라 향후 갈등과 통합의 갈림길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 김무성 "누가 원내대표 될지, 이미 정해져 있다"
일단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은 계파 간 세 대결 조짐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팎에선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 색채의 두 모임이 열렸다.
비박계에선 김무성(6선) 의원과 정진석(4선) 의원이 '열린토론, 미래' 모임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김재경‧주호영(이상 4선), 강석호‧권성동‧김영우‧김학용(이상 3선) 등 중진급과 초‧재선 의원 15명이 참석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 돌아온 복당파들이다. 또 중진 의원들은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여서 모임의 성격을 놓고 다룬 주제보다 정치적 목적에 오히려 초점이 맞춰졌다.
모임의 좌장 격이자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후보가 누군인가에 대해 "저는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심 지지하고 있는 후보가 있으며 그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후보의 자질에 대해선 "현 정부가 국가의 틀을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만 한다고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강석호 등 비박계 의원 중 1명의 후보 단일화와 중립 성향의 나경원(4선), 친박계 유기준(4선)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원외 인사들이 주축이 된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국회 인근에서 세미나를 열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심재철(5선), 정우택‧조경태(이상 4선), 김진태(재선) 의원 등을 초청했다. 이들 역시 차기 당권 혹은 원내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이들은 최근 야권의 '잠룡'으로 분류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도 접촉하는 등 친박 성향의 표심을 모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 견원지간(犬猿之間) 벗어날 수 있을까…'통합 전대' 전망은?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친박‧비박, 이런 얘기가 나올수록 국민의 지지는 더 떨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은 든다. 그러한 경계선을 넘어서 우리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런 모임을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 의원 측에서도 모임과 관련, "결과물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변화 기류와 맞물려 김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에 계파 간 통합형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고, 그에 앞서 친박계 의원이 먼저 원내대표 직을 담보 받는 협상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윤 의원의 경우 김 의원 등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한때 '친박 8적'으로 규정하며 적대시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은 수준은 아니라는 전망이 더 많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간 강도 높은 설전이 오히려 현실이라는 반론이다. 홍 의원은 '친박 청산'을 외친 김 의원을 겨냥, "덩치 값 못 한다"며 그의 됨됨이를 애완견에 빗대기도 했다. 김 의원도 이날 "이성을 잃은 반응"이라고 맞받았다.
때문에 김 의원이 윤 의원과 홍 의원 등 당내 평가의 이견이 있는 인물들과 접촉 혹은 경쟁하고 있다기보다, 더 거물급과 접촉하며 원로급 인사들 간 모종의 거중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원은 최근 범(凡)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모 인사와 회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야권 내 반문(反文·반문재인) 흐름과 맥이 닿아 있다.
원내를 중심으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한국당 당권주자로 거론됐던 원외 인사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김 의원이 원내의 주자로 거론되는 반면, 원외에선 황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