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합의 경우 감독은 시합 초반에 가장 능력이 뛰어난 주전선수를 선발진으로 출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반에 공수 양면에서 상대팀의 기선을 제압하고 주도권을 잡아 시합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선발진들은 팀 내에서 감독의 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한다.
시합의 승패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는 감독의 전략이다.
감독의 전략이 잘못되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을 기용한다고 해도 시합에서 이기기 힘들다.
반면 감독의 전략이 뛰어나면 상대팀에 비해 선수들의 역량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시합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지 못하고 지고 있을 경우에는 부진한 선수들을 교체하거나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 또는 전략 수정과 선수 교체를 동시에 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팀을 교체하면서 소득주도 성장론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해 전략 수정 없이 부진한 선수만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득주도 성장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며 문재인정부 초반전에 성과를 내지 못한 까닭은 인사 실패 때문이지 정책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지금까지는 실패에 가깝다.
왜냐하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조차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성장률 둔화와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지금까지 두 차례의 일자리 추경과 일자리 예산을 대규모로 확대했으나 민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7월부터는 일자리 증가가 아예 멈추었다.
이에 다급해진 문재인정부는 최근에 짐 들어주기나 불끄기 등 코미디 같은 초단기 일자리 5.9만명 채용까지 발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무리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책이 계속되면서 공기업 등의 채용 비리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시족이 급증하는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경제 성장률도 떨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최근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8%였으며, 현재의 추세를 유지할 경우 문재인정부 임기내 성장률은 연평균 2.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화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미국은 올해 성장률이 한국과 비슷한 3%에 가깝다. 독일은 한국보다 낮은 1%대 후반에 불과하며 심지어 일본은 1%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성장률은 미국과 독일, 일본 모두 한국과 같거나 한국보다 낮지만 실제 경제는 최고의 호조에 도달한 상태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모두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경신하고 있으며, 경기 호조로 임금인상 압력도 높아져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거나 금융완화를 해제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경제적 호불황은 절대적인 성장률 수치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다. 각 나라마다 경제규모나 성장단계, 경제구조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가 좋은 지 나쁜 지의 평가는 각 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잠재성장률이란 그 나라의 가용자원을 모두 투입했을 때에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따라서 각 나라마다의 경제정책의 초점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거나 안정적수준을 유지하는데 맞춘다.
한국에 비해 미국, 독일, 일본이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기가 호조인 것은 이들 나라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거나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이들 나라에 비해 성장률 수치는 높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경제가 안 좋은 것이다.
문제는 홍남기-김수현 2기 경제팀이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만을 말하면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무모한 소득주도 성장론을 계속 고수하는 한 한국경제는 갈수록 악화될 뿐이다. (김광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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