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델왈드의 출연은 오프닝부터 인상적이다. 영국 마법부로 소환되던 도중 빗속에서 벌이는 탈출씬은 그린델왈드의 교활함과 잔인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실력만으로는 그와 대적할 마법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 안타깝게도 이후부터 영화는 시리즈 중간 영화들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줄거리는 전편에 이어 크레덴스의 진짜 정체를 찾는게 핵심이다. 이번에는 정체라기보다는 '뿌리'에 가깝다. 옵스큐러스의 힘을 가진 크레덴스를 그린델왈드가 노리면서 모든 마법사들의 이목이 그에게 향한다. 사건 전개에 따라 크레덴스와 래스트랭 가문에 얽힌 비밀들이 드러나지만 추종 세력을 모으는 그린델왈드의 음모와는 잘 섞이지 않는다. 크레덴스의 서사가 전편과의 확실한 연결성을 담보했으나 이를 다시 이용하려면 보다 치밀한 구성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시리즈 제목이 무색하게 마법 세계의 동물을 활용한 장면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배우 수현이 연기한 내기니의 활약 역시 아쉽다. 인간 형상으로까지 변신이 가능한 '신비한 동물'임에도 위기 상황 속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혹여 다음 편의 반전을 위해 아껴둔 것이라해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첫 등장이다.
뉴트 스캐맨더를 비롯해 1편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4인방은 전편에 걸맞는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관객들 인식 속에 이들이 '주인공'으로 자리잡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을 잃어 버린 채 흔들리다보니 영화 전체가 혼란스러워진다.
'신비한 동물사전 1'이 그린델왈드가 세력을 갖추기 전 오프닝이라면 '신비한 동물사전 2'는 그린델왈드 음모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편이다. 첫 단계는 파리에 거점을 만들어 전 마법 세계에서 추종 세력을 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델왈드의 대의에 따라 캐릭터들, 더 나아가서 마법 세계까지 분열되는 과정이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1편보다 확장된 캐릭터들이나 세계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탄탄한 알맹이가 필요했지만 이것이 충족되지 않자 '동상이몽' 격의 시리즈물이 탄생했다.
영화 외적으로는 그린델왈드 역의 배우 조니 뎁에 얽힌 문제가 있다. 그린델왈드가 뉴트 스캐맨더만큼 높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니 뎁의 가정 폭력 사건이 개봉을 앞두고 회자되는 중이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 상에서는 이 때문에 '신비한 동물사전 2'를 불매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가정 폭력을 저지른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영화를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1'은 2016년 개봉 당시 467만 명 관객을 모았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이 이번에도 각본 집필을 맡았으나 11월 기대작다운 흥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1편처럼 쿠키 영상은 없다. 오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