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목 정답이 적힌 암기장 등 정황증거들도 나왔지만, 피의자들은 아직도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유출된 정답 암기한 후 시험 시작 하자마자 적어놔"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정답표가 기재된 시험지를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증거물로 제출된 시험지를 보면, 피의자들의 시험지 중간 페이지에는 객관식과 서술형의 정답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은 글씨로 촘촘히 적혀 있다.
경찰은 이 증거를 유출된 정답을 암기한 후에 시험지를 받자마자 옮긴 후 오엠알카드에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피의자들은 "채점을 위해 적어놓은 것이며 일부는 시간이 남아서 경향 파악을 위해 적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채점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공간이 많은데도 그렇게 작은 글씨로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감독관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9월 전 교무부장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전과목의 답이 적힌 메모장을 발견했다.
이 메모장에는 쌍둥이 자매의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의 답이 자필로 적혀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시험 이후 채점을 위해 답을 적어놓은 것"이라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두 과목의 정답이 적힌 포스트잇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포스트잇에 적힌 과목의 답은 메모장에는 없던 과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크기가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조그마해 컨닝페이퍼 식으로 작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시험지와 정답이 의심되는 정기고사는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1과목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1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3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12과목 등 모두 18과목으로 알려졌다.
◇ 일부 진술 맞춘 정황도 확보…피의자들은 아직도 혐의 부인
경찰이 확보한 정황증거들에도 피의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 교무부장 A씨 측 변호인은 지난 6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경찰이 문제유출 정황을 제시했지만 추측만으로 무리하게 영장을 신청했다"며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이후에도 A씨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피의자들이 진술을 맞춘 정황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어시험의 서술형 정답이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 메모에서 나온 것에 대해 어디에서 나온 문제냐고 경찰이 추궁하자 두 명이 똑같은 참고서를 지목했다는 것.
하지만 실제 해당 문제는 다른 참고서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돼, 진술을 맞춘 것으로 의심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경찰은 학교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완 지침을 명확히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 장소 CCTV 설치와 금고 개폐이력 저장 등 보안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서울시교육청에 제도 개선 사항을 통보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건을 통해 교육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개선할 측면도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