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부자증세→복지강화'...포용국가, 선순환이 관건

문 대통령, 정책 유임하고 투톱 경질...소득주도.혁신성장.공정경제가 핵심
재계-노동계, 보수-진보 등 이해 관계 얽힌 '미지의 길'...사회적 합의가 변수

지난 9일 청와대.정부의 경제라인 교체는 '정책 유임, 투톱 경질'로 요약된다.

청와대 장하성 전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 겸)의 자리를 김수현 사회수석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대체했지만, 이는 기존의 소득주도.혁신성장 등으로 대변되는 포용국가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결과였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포용국가와 원팀, 실행력, 정책조율능력"을 꼽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여과없이 표출된 김&장의 이견이 불러일으킨 정책 혼선을 차단하고 '포용국가'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가 가진 경제의 큰 그림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그리고 공정경제를 아우르는 포용국가다.

소득주도 성장은 논란이 된 최저임금 인상 뿐아니라 복지 강화를 통해 가계 소득을 올리고 이를 통해 내수시장을 끌어올리겠다는 개념이다. 혁신성장은 인공지능,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신기술과 4차 산업 혁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목표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규제 완화와 맥이 닿아 있다.

공정경제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간의 불공정 거래.갑을 관계 해소가 핵심이다. 최근 부상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세개의 톱니바퀴가 오차없이 매끄럽게 돌아갈때 포용국가가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청사진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포용국가에 대해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포용국가를 떠받치는 세개의 축이 다소 상충될수 있다는 비판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대기업 규제가 필연적인 공정경제와 규제 완화를 수반하는 혁신성장을 두고 이런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경제를 운용하면서 성장과 분배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용국가는 기존의 대기업 위주의 성장 일변도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사회.경제적으로 큰 저항을 불러올수 있는 변화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포용국가는 쉽게 풀어쓰면 '적극적인 성장을 추구하되 그 열매도 과감하게 나눈다'는 의미가 된다. 쉽지 않은 두 개의 난제 속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외줄타기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이 원하는 규제완화를 놓고 진보 진영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 소득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를 놓고는 보수 진영과 재계가 반대하고 있다.

포용국가의 최종 목표지점에 도달하려면 결국 '혁신성장'을 통한 먹거리 키우기와 열매를 나누기 위한 '부자 증세', 그리고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하는 '복지강화'가 선순환을 이루는 게 관건이다.

혁신성장을 통해 열매를 많이 거둔 쪽에서 반대급부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이를 통해 성장의 열매에서 특정 계층이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포용국가는 복지 국가의 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실을 만들고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약하지만 이런 조짐이 없지는 않다. 보수 야당(자유한국당)에서 아동수당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규제 완화와 부유세 강화를 빅딜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일반 근로자 평균 임금 간의 비율을 고려해 법인세율을 달리하는 방안이 아이디어로 거론되고 있다.

임금 상한선을 두고 이를 지키는 곳에 법인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재부 출신의 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규제 완화를 하더라도 피해를 보는 사회적 약자가 없도록 해야 하고, 성장 열매도 대기업이 독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사회적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포용국가는 우리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길'이다. 생산적인 논의로 변화와 진척을 이룰지, 각자의 이익만 내세우다가 장독을 깨뜨릴지 갈림길에 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키'(key)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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