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가 정책실장을 맡은 점을 둘러싸고 비(非) 경제전문가가 키를 쥐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에게 힘을 실으며 자신은 청와대와 내각 간 팀워크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간 '김동연· 장하성' 1기 경제팀이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냈다는 점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우선 "많은 국민들이 경제와 일자리를 걱정하고 계신데, 정책실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먼저 엄중한 민생경제를 챙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게 '사회·경제 정책의 통합적 운영'이라는 방향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명확하게 말했다"며 "경제 운용에 있어선 부총리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경제 전문성을 둘러싼 각종 비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제가 경제학을 했다, 안 했다는 방식의 논의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안에도 일자리, 경제수석 등 전문가들이 있다. 저는 이 분들이 과감하게 현업, 현장에서 내각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면서 전체 국정과제 차원의 조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와 일자리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찾아가겠다"며 "개혁과 변화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겠다. 대통령 자문기구들에도 도움을 청하고, 젊고 혁신적인 분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의 '포용국가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 실장은 기존 정책 방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방법론에 대해선 1기 정책팀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느 하나 분리할 수 없는 패키지다. 그 안에서 속도나 성과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큰 틀의 방향에 대해선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속도와 균형에 대해서 염려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신임 부총리가 지휘봉을 갖고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했다. '정책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즉답은 하지 않았지만 "진행돼 온 정책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하방 압력이 높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경제에 관해 국민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가 정책실장을 맡는 게 적절한가라는 물음표엔 "제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 언제나 깊이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사실 부동산 시장은 주기성을 갖는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오르고, 내리는 과정을 다 겪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정부, 또 사실은 박근혜정부 후반부부터 상승주기에 들어선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김 실장이 사회수석 때 맡았던 부동산 정책 업무를 경제수석실으로 이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실장은 "후임 김연명 사회수석이 복지, 보건, 교육 등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택도시비서관실을 국토교통비서관실로 지칭하고, 기능을 좀 바꿔서 경제수석실로 옮기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경제수석이 폭 넓은 시각에서 잘 관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전임 장하성 실장의 당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어려울 때 열어보라며 제게 빨간 주머니와 파란 주머니를 주고갔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