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김재욱은 어떻게 진가를 증명했나

[노컷 인터뷰] 오컬트물·브로맨스·전성기…김재욱에게 '손 더 게스트'가 남긴 것
"성공 여부에 너무 매몰되면 피폐…배우는 현장에서 집중하고 노력해야"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구마 사제 최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재욱.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브라운관에 오컬트물의 신세계가 열렸다. 장르물 마니아들을 매혹시킨 OCN 드라마 '손 the guest'의 이야기다. 11년 전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피프린스')에서 만났던 김동욱-김재욱 콤비는 이번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면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재발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김재욱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누구보다 다양한 작품을 해왔던 배우다. 특유의 서늘하면서도 퇴폐미 가득한 이미지가 '구마 사제' 최윤 역을 만나면서 활짝 꽃 피었다는 평가다.

"그런 평가는 즐기고 있어요. 결국 배역을 잘 소화했고, 연기에 실망하지 않았다는 거니까 제가 해야 할 도리는 해냈다는 거죠. 수식어가 붙는다는 건 좋게 받아 들여진 게 많다는 거니까 배우로서 무슨 수식어든 좋다고 생각해요. 유지되든 바뀌든 기분 좋은 것 같아요."

김재욱이 '손 the guest'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보이스'부터 알게 된 김홍선 PD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대본이 나오자 마자 김재욱에게 작품 출연을 제안했고 김재욱은 김 PD라면 믿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미 PD님과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사실 걱정은 안됐어요. 대본의 이 부분이 어떻게 영상으로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더 많았죠. PD님은 처음부터 저와 같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주셨었어요.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말씀해주실 양반은 아닌데 아마 '보이스' 이후에도 사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인간 김재욱이 어떤지 알게 돼서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발견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PD님과 긴 호흡으로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고 작업 과정 뿐만 아니라 결과까지 좋아서 행복해요. 배우들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주시고 그걸 잘 담으려고 접근하는 장점이 있으세요. 이렇게 말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구마 사제 최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재욱.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무엇보다 '구마 사제'라는 독특한 직업군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를 끈 영화 '검은 사제들'을 참고하기도 했고 김 PD와 필리핀까지 가서 관련 세미나를 듣기도 했다. 단순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듬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아무래도 직업적 특성이나 작품 전체의 장르적 요소까지 고려해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게 있었어요. 굉장히 단순할 수 있는 인물을 어떻게 설득력과 현실성을 갖고 움직일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중반부까지는 개인의 서사를 뒤로 하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끌고 가기 때문에 중심인물 세 명이 두드러질 수가 없었죠.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개인 서사가 많이 풀어져서 극의 전개 과정에서 이 인물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보여줄 수 있었어요."

영매 기질을 가진 화평 역의 배우 김동욱과는 드라마 내내 브로맨스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별다른 멜로적 요소 없이도 극 중 화평과 최윤의 밀도 높은 관계가 충분히 눈길을 끌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고 의도한 게 아니에요. 의도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웃음)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렇게 받아 들여주신 것도 좋은 평가니까 기분은 좋죠. 아마 이 작품 자체에 러브라인이 없어서 그렇게 보였나 싶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현실의 두 사람이 많이 친해서 더 그래 보일 수도 있고요. 그러고 보면 '커피프린스' 때는 브로맨스 남발이었죠."


김동욱과 11년 만에 조연에서 주연으로 재회한 소감 역시 남달랐다. 세 배우들은 바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위해 술 자리를 자주 가졌다고.

"인생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동욱이와 제가 11년 만에 다시 작품에서 만나서 좋은 결과가 나올까 이런 생각은 둘 다 하지 않았거든요. '커피프린스' 당시보다 더 기억이 좋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작업이었어요. 동욱이는 원래 연기를 잘하던 애였고 이제 더 발전하고 성숙했죠. 좋은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걸 보는 즐거움이 커요. 동욱이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둘이 술 마시면서 '커피프린스' 이야기도 했었고 군대 다녀온 이야기나 그 동안 현장 경험에서 느낀 바를 주고 받고 그랬던 거 같아요.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눴고 일부러 우리 세 명이 그런 시간을 많이 만들었어요. 서로 단단하게 관계를 쌓고 싶었고 몸이 힘들어도 그렇게 어울리는 게 더 즐겁더라고요.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구마 사제 최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재욱.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그는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었던 오컬트물 '손 the guest'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구 한 명의 힘이 아니라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그야말로 현장에서 모두의 시너지가 좋았다는 이야기다.

"각자 가진 전문적 분야의 기술이 만나서 공동작업을 하는 거죠. 누구 하나 튀려는 사람 없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어요. 내가 이 장면과 이 역할로 현장에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이런 사명감까지 띠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모든 장면들이 하나가 된 느낌으로 5개월 동안 호흡한 건 '커피프린스' 이후로 처음이에요. 주위에서 저를 인간 김재욱으로 많이 만나는 사람들은 제 작품을 잘 안 보는데 이번에는 봤더라고요. 그런 피드백이 오랜만이라서 기분이 좋았어요."

인기에 힘입어 '시즌 2'가 기획 될 가능성도 있을까. 배우들끼리 각자 역할이 변하길 바라는 지점을 이야기 한 적은 있지만 현재로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에 '손이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대사를 '시즌 2' 계획으로 많이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건 그냥 인간이 가진 악한 감정이 있다면 언제든 악령은 다시 초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문명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사회적·개인적으로 어떻게 그 에너지를 다스리고 받아 들이느냐에 대한 메시지인 거죠. '시즌 2'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만약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최윤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발전해서 달라질 것인가 궁금하긴 해요. 그런 상상은 즐겁더라고요. 시즌제로 제작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OCN 드라마 '손 the guest'에서 구마 사제 최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재욱.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이번 작품에서는 시청자들의 추리를 보는 재미도 톡톡했다. 실제로 김재욱은 작품이 방송되고 있는 동안은 피드백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그렇지만 '손 the guest'만큼은 예외였다.

"시청자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을 지목할 때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장르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얼마나 세계를 확장시키고,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분까지 잡아내서 새롭게 추리를 하는 거죠. 단순히 영상을 즐기는 게 아니라 작품에 몰입까지 해야 재미있어지는 건데 그런 분들이 많아서 행복했어요. 내가 잘 가고 있구나 싶었거든요. 원래는 피드백을 그리 신경 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크게 악평이 없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나서는 찾아보는데 작품 하는 중에는 잘 보지 않아요. 컨디션에 따라 상처를 받을 때도 있고 받지 않을 때도 있고 그냥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김재욱이 이번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김재욱은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다 '손 the guest'를 만났을 뿐이다. 언제나와 같은 배우로서의 소신을 꾸준히 지켰을 때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다. 그래서 김재욱은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평가에 더욱 덤덤하다.

"성공은 아무도 몰라요. 모든 게 좋아도 시청자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죠. 그러다가 10년 뒤에 제대로 평가가 될 수도 있고요. 거기에 너무 매몰되면 피폐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현장에서 배우로 존재하면서 집중해야 되는 게 무엇인지 알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성공은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으려고 해요. 내가 준비한 것과 현장에서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게 태반이기 때문에 호흡이 잘 됐을 때는 뿌듯해요. 전체적인 게 잘 맞아 떨어지면 기분이 좋고요. 그렇게 쌓아 나가다 보면 한 편이 완성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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