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큰 무대였지만, 정작 알맹이가 부실했다. 부족한 곡수가 주요한 원인이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지금까지 총 세 장의 싱글과 한 장의 미니앨범을 냈다. 발표된 곡수를 다 합쳐 봐도 총 10곡밖에 되지 않는다. 10곡으로 대형 공연장을 2시간 30분 동안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울 만한 내실있는 무대를 펼치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 10곡마저도 분위기가 비슷비슷한 곡들이라 블랙핑크 콘서트에서 음악적 다채로움을 느끼긴 어려웠다.
"곡수가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라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곡수가 부족하면 커버곡 무대로라도 다채로움을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마저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블랙핑크가 이날 다 같이 모여 커버곡으로 선보인 무대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미겔의 '슈어 싱'(SURE THING)과 원더걸스 '소 핫'(SO HOT) 두 곡뿐이었다.
게스트로 나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직속 선배 승리가 빅뱅의 '뱅뱅뱅'(BANG BANG BANG)과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자신의 솔로곡 '셋 셀 테니'와 '웨얼 아 유 프롬'(WHERE R U FROM) 등 총 4곡을 불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1만여 명의 관객이 블랙핑크를 보러왔지 승리를 보러온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더군다나 승리는 4곡을 부른 이후 멘트 시간에도 등장했다. 승리의 도움이 필요했을 정도로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블랙핑크 네 멤버의 입담과 진행 실력은 아쉬웠다. 이런 가운데 멤버들이 공연 협찬사를 일일이 언급하며 홍보를 하는 당황스러운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서 멘트 시간은 멤버들의 끼와 숨겨진 매력을 볼 수 있는 시간이자 동시에 팬들과 소통하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인데, 블랙핑크는 여러모로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 로제는 비틀스 '렛 잇 비'(LET IT BE), 2NE1 박봄의 '유 앤 아이'(YOU & I), 빅뱅 태양의 '나만 바라봐'를 선곡해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줬고, 제니는 오는 12일 공개될 솔로 싱글 타이틀곡 '솔로'(SOLO) 무대를 최초 공개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제니를 시작으로 블랙핑크 멤버들이 줄줄이 솔로곡을 발표한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이날 콘서트에서 솔로가수로 나설 네 멤버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블랙핑크는 공연 말미 첫 국내 단독콘서트를 대형 공연장에서 진행한 벅찬 소감을 밝혔다. 멤버들은 "데뷔한지 2년여 만에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게 돼 기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앞으로 더 발전하는 블랙핑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블랙핑크의 단독콘서트 '블랙핑크 2018 투어 [인 유어 에리어] 서울 X BC 카드'는 11일 1회 더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