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기준 강화해도 노후건축물엔 적용안돼…'안전사각지대'

시대 흐름에 따라 각종 안전 관련 법률과 기준이 강화하고 있지만 소급적용이 안 되면서 9일 화재로 많은 사상자를 낸 서울 종로구 고시원 건물 같은 노후건물들이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2009년 7월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고시원에도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국일고시원은 법 개정 전인 2007년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바뀐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스프링클러 설치를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국일고시원이 운영자의 요청으로 서울시의 노후 건물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대상에 포함된 적이 있지만, 건물주 동의를 받지 못해 실제 설치는 하지 못했다.

고시원 건물은 화재 발생 때 피난계획 등을 미리 짜놓고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업무를 하는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1992년 7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연면적 600㎡ 이상 복합건축물에 소방안전관리자를 의무 선임하도록 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연면적 614㎡인 고시원 건물은 소방안전관리자를 둬야 하지만 이 건물은 1983년 사용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역시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또 국일고시원은 건축대장에 '고시원'이 아닌 '기타 사무소'로 등록돼 올해 국가안전대진단 때 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그러나 고시원 미등록 역시 불법은 아니다. 200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관할 소방서에서 받은 필증만 있으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법이 1959년 제정된 이후 건물 변화에 따라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소급적용이 안 돼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기존 건축물에도 화재 안전기준을 소급 적용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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