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소방당국·국립과학수사연구원·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사고 이틀째인 10일 종로구 관수동 국일고시원 현장에 대한 합동감식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쯤 방진복과 마스크 등을 갖춘 감식 관계자 30여명은 폭이 1m쯤 되는 고시원 입구로 진입한 뒤 계단을 통해 화재가 발생한 3층으로 향했다.
종로경찰서 조광현 형사과장은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을 찾기 위한 증거물 수집이 주된 감식 내용"이라며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전열기 역시 수집할 증거물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합동감식으로 확보한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유리파편과 플라스틱 조각, 은행 낙엽, 소화액 흔적 등이 뒤섞여 바닥에 어지러이 널려 있고 탄 냄새가 그치지 않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국화 다발과 단감 등은 폴리스라인이 쳐진 입구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앞서 9일 새벽 5시쯤 이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부분은 50~60대 일용직 노동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는 고시원 거주민이 켜놓은 전열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현재까지 추정되고 있다.
고시원 3층에 거주하던 A(72)씨는 사고 당일 경찰 조사에서 "새벽에 전열기에서 불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 옷가지와 이불로 끄려 했지만 주변에 옮겨붙어 확산하자 대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건물 내부 CCTV 확인 결과 불을 끄거나 대피하려는 A씨의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A씨에게 실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10일 새벽 2시쯤에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2층짜리 다가구주택 지하 1층에서 난 화재로 집에 있던 40대 남성 한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