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KS 인터뷰라니" 김태훈, 9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

'신기하고 즐거워요' SK 좌완 필승 카드 김태훈이 7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부터 등판해 밝은 표정으로 포수 이재원으로부터 공을 받고 있다.(인천=SK)
프로 입단 이후 지금처럼 주목을 받았을 때가 있었을까. 9년 만에 처음 받은 스포트라이트다. SK 마운드의 필승 좌완 카드 김태훈(28)이다.


김태훈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포스트시즌(PS)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넥센과 플레이오프(PO) 5경기에서 4경기나 투입됐다. 승부처 3⅓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안타와 볼넷 2개씩만 내주는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폭투 2개가 아쉽긴 했지만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더니 최강 두산과 한국시리즈(KS)에서는 전가의 보도로 떠올랐다. PO 5차전에서 마무리 신재웅이 박병호에게 9회 동점 홈런을 맞는 등 불펜이 흔들리면서 김태훈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1차전에서 김태훈은 5 대 3으로 불안하게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1탈삼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 역투로 리드를 지켰다. 김태훈의 40구 역투 속에 SK는 9회 2점을 더 보태 7 대 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앞서 등판한 우완 앙헬 산체스(1⅔이닝 3탈삼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와 함께 SK 필승 좌우 쌍도가 됐다.

이날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 팀 투수 중 승리기여도가 가장 높은 선수로 김태훈(19.9%)을 선정했다. 특히 KBO는 김태훈이 7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오재일을 삼진으로 잡은 뒤 김재호를 2루수 병살타로 잡으면서 SK의 승리 확률은 59.2%에서 84.3%까지 치솟았다고 평가했다.

8일 인천 SK 행복드림 구장에서도 김태훈은 중용됐다.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메릴 켈리에 이어 8회초 등판한 김태훈은 1⅔이닝 동안 2탈삼진 4피안타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그 사이 SK는 8회말 3점을 뽑아내 완전히 승기를 잡아 7 대 2로 이겼다.

'좋았어' SK 김태훈이 4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7회말 등판해 1사 만루 위기를 벗어난 뒤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모습.(사진=SK)
경기 후 김태훈은 생애 첫 가을야구임에도 "마음이 편했던 거 같다"면서 "계속 등판하다 보니 긴장도 안 하고 즐겼던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연장 끝내기로 이긴) PO 5차전에서 껴안고 울고 극적으로 KS에 올라갔다"면서 "그만큼 긴장감 있는 경기가 아니니까 더 편한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자신의 가치가 높았던 적이 있었을까. 김태훈은 "프로에 들어와서 거의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인터뷰하는 상황도 낯설다"면서 "큰 경기 한국시리즈에 나가는 것도 신기하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태훈은 2009년 1차 지명으로 SK에 입단했지만 지난해까지는 존재감이 없었다. 상무 복무를 뺀 6시즌 동안 63경기 83이닝 2승4패 4홀드에 머물렀다. 그나마 2승 3홀드도 지난해 얻은 성적이다. 입단 계약금이 1억 원이었지만 올해 연봉은 4000만 원.

그러나 올해는 61경기 9승3패 10홀드 평균자책점(ERA) 3.83의 빼어난 성적을 냈다. 그러더니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차전에서 40구를 던진 김태훈의 다음 날 2차전 등판 가능성을 묻자 "가급적이면 내보내지 않으려 하지만 체크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불펜의 희망이라는 것.

이에 대해 김태훈도 "2차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어 "여기서 더 이상은 체력이 안 떨어질 거 같다"고 짐짓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김태훈은 "그래서 휴식 잘 취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있다"고 씩씩하게 웃었다. 3차전에서 35구를 던진 김태훈은 4차전 등판에 대해서도 "1차전보다 적게 던졌으니 준비하겠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아쉬움도 있다. 3차전 경기를 자산의 힘으로 끝내지 못해서다. 김태훈은 9회 3안타를 맞고 1사 1, 3루에서 마운드를 정영일에게 넘겼다. 선두 타자 김재호가 안타 뒤 도루사하지 않았으면 실점했을 터였다. 김태훈은 "힘이 빠진 게 아니라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막으려다 보니 힘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생애 첫 가을야구 목표가 보인다. 김태훈은 "구단에서 이번 포스트시즌 출사표 영상을 찍었는데 나는 '무조건 막는다'였다"면서 "아직까지 1점도 안 주고 있는데 끝까지 이어나가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입단 9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태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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