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10대 마지막을 제대로 담고픈 김새론의 바람이 들어간 작품이다. 실종된 친구를 찾아 나서는 유진 역은 다소 답답한 지점도 있지만 실제 자신과 동갑이기에 많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저랑 동갑이니까 제가 보고 느끼는 걸 그대로 유진이가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저를 많이 가져다 넣은 것 같아요. 10대의 마지막과 지금의 저를 많이 담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서 선택한 게 컸어요. 물론 영화에는 다 담기지 못했지만요. 아무래도 영화이다 보니 상황적인 부분을 만들어줘야 되는 게 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해요. 제게도 친구라는 존재는 정말 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답답한 방식을 택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20살 문턱에 선 김새론의 일상은 바쁘다. 누구보다 알차게 10대 시절을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올해 세워 둔 버킷리스트는 물론이고 낚시·운전면허·베이킹·바리스타 자격증 등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부지런히 목표를 세워 달성했다. 취미인 바다 낚시를 통해 인연을 맺어 예능프로그램 '도시어부'에 출연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일찍부터 갖기 좋은 취미로 낚시를 추천해줘서 하게 됐어요. 성인인 지인들과 함께 바다 낚시를 가요. 바다 낚시는 끊임없이 분주하게 움직여야 돼서 낚시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까 잡생각이 오히려 안 들어요. '도시어부' 섭외도 선장님과 배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정말 우연하게 작가님 섭외 전화가 선장님에게 들어온 거예요. 그 배에 제가 타고 있어서 작가님이 제 존재를 알게 됐고 그렇게 섭외가 이뤄졌어요."
"쉬는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생각만 하니까 실천에 옮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17살 때였는데 새벽에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뭐든 해보자는 결심이 섰죠. 가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나중이라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바로 짐을 싸서 동생과 함께 일본으로 4박 5일 정도 여행을 떠났어요. 그걸 한 번 깨니까 수월해지더라고요. 성인이 되기 전에 이런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 놓자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해요."
가명을 쓰면서 다녔던 베이킹 수업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10대의 김새론의 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도전했던 모든 순간이 김새론에게는 의미있게 작용하고 있었다.
"연예인이라는 것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고 이름이 좀 튀어서 가명으로 다녔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한 회원님한테 학생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이미 제 직업이 배우라는 걸 다 아니까 제가 언제 그런 질문을 받아 보겠어요.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였죠. 이번 겨울에는 보드를 좀 더 잘 타보고 싶어요. 무엇이든 경험을 하면 연기를 떠나서 삶의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것을 듣고 보면서 배운 시간들이었어요.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게 아니니까 부모님도 이제는 필요한 게 있으면 도와주세요."
"아마 1월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천천히 세울 것 같아요. 한 번에 적는 게 아니라 지나가다 적고 생각나면 적거든요. 하고 싶은 건 일단 적어놓고 봐요. 테트리스 하듯이 끼워넣는 거죠. 거창한 건 별로 없어요. 배우고 싶은 어떤 분야의 수업을 듣기 아니면 1년에 영화를 100편 보기. 이런 것들이거든요. 올해는 하나 하나 잘 제거가 됐어요. 진학은 일단 연기과에 원서를 넣었어요. 대학생활도 하고 싶어요."
2009년 '여행자'부터 이어 온 9년 간의 연기 생활을 김새론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대표작들이 주로 무거운 분위기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들이었지만 김새론 개인적으로는 후회 없는 10대 필모그래피를 쌓았다는 입장이다.
"'여행자'가 제게는 가장 뜻깊죠.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작품이거든요. '아저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여행자'는 움트기 전 씨앗 같은 영화였어요. 강렬한 연기나 자연스러운 연기나 역할이 힘든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눈길'이라는 작품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고요. 정말 조심스럽고 감히 해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컸는데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알려야 하고 해야 하는 작품이라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지는 않아요. 나름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한 적도 있었고 저 자체는 일단 밝은 사람이니까요."
남다른 대표작들을 지니고 있다보니 늘어가는 기대감에 따라 부담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새론은 업계나 대중의 결과론적인 평가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왔다.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저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죠. 최대한 그 역할을 공부하면서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지금까지 제게 그런 부담감을 주는 감독님을 만난 적은 없어요. 연기를 잘 끌어올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려는 분들이 많았고요. 대중의 평가 역시 신경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 같이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며 찍은 과정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 시간이 좋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지는 않아요. 결과가 중요한만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평가는 많이 참고도 하지만 거기에 연연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