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번 회담이 갑작스레 연기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 전격 연기된 고위급회담…외교부 "아쉽다"
미국 국무부가 7일(현지시간) 헤더 나워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8일 열릴 예정이던 북미고위급회담이 "양 측의 일정이 허락할 때 열릴 것"이라며 연기 사실을 전했다.
이어 국무부는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될 것이며,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회담 연기사실을 전해왔다면서도 구체적인 연기 사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5시간 30분동안 환담을 나눴고, 그 결과 북한과의 실무협상 가동과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미가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실무협상이 2주 넘게 열리지 않자, 폼페이오 장관이 먼저 북측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북미가 교착을 풀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갈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했는데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 비핵화-상응조치 줄다리기 더 시간 필요한 듯
북한과 미국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번 연기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북미사이 치열한 기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2차정상회담 일정과 동창리 엔진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의 참관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핵시설의 폐기와 제재 완화문제를 들고나오면서 판이 커졌다. 이른바 빅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북미간 물밑 조율이 활발해 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미가 서로에게 줄 선물보따리 포장이 덜 된 상태로 보인다"며 "북미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조치들을 조금 더 명확히 한 상태에서 대화를 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6자가 모두 이번 고위급회담을 주목하고 있는 상태에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받게 될 비난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뉴욕에서 성급히 만나 회담이 결렬된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판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조금 더 나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지속해나가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처럼 일정상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중간선거는 북핵 협상과는 큰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협상에 쏟을 정치적 여력에는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이란 제재 복원과 중남미 캐러밴 행렬 등 국제 이슈 때문에 북한이슈의 시급성이 낮아져 있다.
북한도 갑작스러운 내부 문제나 일정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과거에도 회담이 예정됐다가 연기된 사례가 있으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무부의 발표 내용을 보더라도 북미사이 강한 반발기류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북미대화가 또다시 교착에 빠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북미가 서로 강하게 충돌하거나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한 것은 아닌 듯 하다"며 "잠시 일정을 미루고, 조만간 서로 연락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