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 대통령은 이번 다자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도 조율 중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주요 국가인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과의 양자회담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대북 대화 관련 입장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중국·러시아와의 회담에선 남북관계 개선 방안도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 대통령은 13~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제21차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제13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17∼18일엔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해 제26차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청와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7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이번 다자 정상회의 기간 중 러시아·호주 등과 양자 회담을 하고 양국 간 실질 우호 협력 증진과 지역 및 국제문제 관련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미국 펜스 부통령과도 면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남 차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정책과 주도적인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높이고 지지 기반을 단단히 다져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우리 정부의 핵심 전략과제 중 하나인 신(新)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인 아세안 국가들과 향후 실질 협력을 더욱 확대, 강화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남 차장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미국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치우친 외교를 아시아 국가 전반으로 다변화해 실질적 경제협력 확대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등 역내 평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해 내년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설명했다. 아울러 메콩강 유역 국가들인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태국 정상들과 만나는 '한·메콩 정상회의' 개최 의사도 표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방문 중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동반자 협정'(알셉) 정상회의도 열린다. 이와 관련 김 보좌관은 "신남방 정책의 거점지역을 포함, 전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을 대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다만 실질적 내용에 대한 타결이 난항 중이어서 최종 타결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선 우리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국제사회에 제시한다.
김 보좌관은 "경제적 격차, 사회적 격차, 금융적 격차를 협의하는 게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이슈다. 대통령은 혁신적 포용국가 전략을 설명하고, 한국에서의 성공사례, 또 진행과정을 설명할 것"이라며 "또 디지털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APEC 디지털 혁신기금 창설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순방 기간 중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분위기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제징용과 관련해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계속 그렇게 가는 것이냐'는 질문엔 "일단 기존의 정부 입장과 다른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고,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밖에서 과도하게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