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결 이후 무려 65년만이었다.
우리측이 준비한 선박에 북한 조사원들이 동승하는 장면은 남북교류 역사에 또하나의 이정표를 새기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곳곳에 뻘 등 퇴적물이 많이 쌓인 한강 하구를 항해하는 것은 항상 좌초 위험을 동반한다.
그래서 물길 사정에 밝은 김포 전류리 어민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첫날 우리측 조사원들의 안내도 이곳 이성우(68) 한강어촌계장이 맡았다.
그 역시 전류리에서 막힌 어로한계선을 넘어 북한 땅이 불과 3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중립수역까지 운항한 것은 배를 탄지 2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불음리에 이르는 67km 길이의 한강 중립수역은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한의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운항이 철저하게 금지돼왔다.
"물을 보면 깊은지 얕은지 다 알 수 있다"고 장담할 정도로 한강 하구 뱃길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근처에 가기만 해도 군의 경고방송이 나오던 어로한계선을 지나쳐 갈때는 솔직히 떨리기도 했다.
우리측 어로한계선을 넘어 올라가면 군이 경고사격을 하고, 중립수역에 예고없이 접어들면 북한군이 사격을 한다는 얘기도 수차례 들어왔다.
그러나 기우였다.
이성우 계장은 "첫날 조사단을 안내하기 위해 조강이라고 부르는 북한 개풍군 앞까지 배를 몰고 간 뒤 한 4~5시간 정도 쭉 돌아다니다 복귀했다"며 "처음에는 좀 떨렸는데 실상 가보니 여기나 거기나 다를게 없고 (개풍군)초소에 있는 북한 군인들도 그냥 궁금해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생업도 있는데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계장은 "어차피 우리 어민들을 위해 조사를 하는 거니 책임자인 어촌계장으로서 중책을 맡아서 좋다"며 "조사가 원활하게 잘되고 (중립수역이)개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70년 가까이 닫혀있던 한강 하구가 이번에는 반드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 계장은 "한강 하구가 열리면 어로한계선이 넓어지면서 어민들이 좁은 강에서 복작거리지 않고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만큼 어획량도 늘어날 것"이라며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