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계약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굳이 가을잔치인 한국시리즈(KS) 기간에 발표했어야 했나라는 불만이다. 가뜩이나 늦어진 가을야구 흥행에 노란 불이 켜진 상황에 관심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6일 "정운찬 KBO 총재도 이장적 히어로즈 전 대표의 영구 실격 결정을 KS 이후로 미룰 뜻을 보였다"면서 "이렇게 배려를 했는데 히어로즈가 스폰서십 발표를 서둘러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횡령과 배임으로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 대해 "히어로즈가 포스트시즌을 벌이고 있어 끝난 뒤에 영구 실격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미 구단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가운데 ㈜서울 히어로즈의 최대주주는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BO와 히어로즈가 구단 운영과 관련해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130억 원이 넘는 트레이드 뒷돈 파문 등 구단 운영에 문제점이 드러난 히어로즈는 KBO로부터 벌금 5000만 원과 환수금 6억 원을 부과받았다. KBO는 KS가 끝나는 대로 환수금에 대해 공식 요청을 예정이다.
나아가 KBO가 히어로즈 구단을 퇴출시키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뒷돈 파문 등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구단의 대기업 매각을 KBO가 원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로 KBO가 이 전 대표를 면회해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라고 정식 요청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히어로즈가 거액의 장기 후원 계약을 맺어 KBO가 불편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장 총장은 "제명할 수 있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은 KS 이후 총재가 결정할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구단 제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KBO 관계자는 "야구 규약 제 11~14조에 구단 제명과 관련한 부분이 나온다"면서 "법률적 검토를 했지만 이 전 대표의 개인 횡령과 배임으로 구단 제명까지 가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를 만나 공식 요청한다는 부분도 가능성이 낮다. KBO 관계자는 "이미 이 전 대표는 구단 임직원에서 물러난 상황"이라면서 "현재 수감 중인 이 전 대표를 만날 계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히어로즈와 KBO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장 총장은 "키움증권과 계약 소문이 처음 증권가 쪽에서 들려온 이후 히어로즈 박준상 대표가 정 총재를 찾아왔는데 SK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둔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박 대표가 키움증권 고위 관계자와 대동했는데 정 총재는 '애초 약속에 없었으니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박 대표만 만났다"고 전했다. 둘 사이에 시그널이 맞지 않는 대목이다.
히어로즈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부분은 있다. 이미 소문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으면 계약이 틀어질 수 있다. 또 KS 경기 당일이 아닌 이동일에 발표해 나름 배려를 했다는 명분도 있다. 무엇보다 장기 계약을 맺어 구단 제명과 관련한 여론을 일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KBO는 KS 이후 히어로즈와 관련된 사안들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뒷돈 트레이드 파문 등 리그를 뒤흔든 중대한 사안인 만큼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과 구단 제명 등을 깊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과 관련해 차단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