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병사들이 참모총장과 주요지휘관들이 참석한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라는 세미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육군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육군회관에서 창군 이래 최초로 병사가 주도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육군 각급부대 병사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군 주요지휘관 등 180여명이 병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병사들은 ▲장군과 병사는 전우 ▲병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 ▲쌍방향 의사소통을 위한 플랫폼 구축 ▲육군 인재활용 방안 ▲탄력복무제 도입 ▲전역자 면접제도 도입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밝혔다.
28사단 안정근 일병은 '우리는 전우입니다'란 주제발표에서 "세상에 수많은 군대가 있지만, 대한민국 육군처럼 병사의 자유를 1에서부터 10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군대는 현재 공산주의 국가나 군정 국가의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Why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는 용사(병사)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일병은 "간부와 초급간부, 간부와 용사, 선임과 후임, 모두 역할과 계급이 다를 뿐 같은 전우"라며 "용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용사의 권위가 바뀌어야 육군이 바뀐다.
용사가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장성을 비롯한 간부들도 존경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사단 김승욱 병장은 '용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현재 용사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는 존재"라며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용사의 지위는 민법상 피성년 후견인 제도와 유사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병장은 "20대 초반의 용사들은 나이가 너무 어리다든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징병제 국가라 어쩔 수 없다든지 등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타파해야 한다"며 "용사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자율과 책임이 부여될 때 가고 싶고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군대 문화가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룡대근무지원단의 이길현 상병은 '용사와 소통하지 않는 군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란 제목의 발표에서 육군본부 인트라넷 제안광장에 병사들이 제안하면 아무런 응답도 없다고 지적하고 "용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 제안광장 2.0'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상병은 "15사단 권범수 일병은 육군본부 인트라넷 제안광장에 '나의 생각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숨 쉬게 한다'는 글과 함께 그 누구도 답변을 달아주지 않지만, 꿋꿋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면서 "용사는 끊임없이 소통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육군은 이제 그 문을 열어줄 차례"라고 말했다.
육군항공학교 박동하 병장은 '용사 탄력복무제' 시행을, 제3야전수송교육단 박지민 병장은 군대 구직사이트인 '워리어 퀘스트'(warrior quest) 구축을 각각 제안했다.
육군은 이번 병사들의 발표문을 정책제언 책자로 제작해 배포하고 육군 정책으로 입안할 수 있도록 후속 조처를 할 계획이다.
김용우 육군총장은 "육군에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며 용사들이야말로 육군의 가장 큰 전투력이고,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라며 "젊은 장병들이 군 생활을 통해 끼와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젊은 육군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