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무해한 인상, 너스레와 진지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안정적인 연기로 루키로 꼽힌 김동욱.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를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커피프린스 1호점'만큼 파괴력 있는 대표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선명히 새겼다. '신과함께'에서 김동욱을 재발견했다는 관객과 평단의 평이 끊이지 않았다. 2탄 격인 '신과함께-인과 연' 역시 1천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갔다.
사실 '연기 잘하는 김동욱'이 어디 간 건 아니었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묵묵히 연기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선택해 온 작품이 대중에게 더 주목받지 못하다가, '신과함께'와 '손 더 게스트'라는 최근의 결정이 대중의 마음과 접점을 이룬 것일 뿐이다.
관객을 울리고야 마는 마음을 건드리는 연기에서부터 악령에 씌어 자신을 놓아버린 연기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넓은 폭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김동욱을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났다.
(노컷 인터뷰 ① '손 더 게스트' 김동욱이 밝힌 박일도 빙의씬 찍던 날)
일문일답 이어서.
▶ 김재욱, 정은채와의 연기 호흡은. 특히 김재욱과는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1년 만에 다시 만나서 더 화제가 됐다. '케미가 터진다'는 반응도 많았고.
너무 좋다, 사실. 재욱이랑은 그냥 뭐 편하다. 같이 있으면 가끔은 둘이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게 찍다 보니까… (재욱이가) 절 보면 집중을 못해가지고 (웃음) NG가 난 적도 있다. 웃기다고 자기 쳐다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곤 했다. (케미스트리와 관련해) 그렇게 좋게 봐 주시면 저희는 너무 좋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웃음) 은채하고도 거의 남매처럼 친해졌다. 실제로 저희가 장난도 잘 치고 놀리기도 한다.
▶ 주연 셋뿐 아니라 조연들까지도 내공 있는 연기가 돋보였다.
매회 너무 쟁쟁하고 출중한 분들이 나오셨다. 정말 감독님의 신의 한 수 같다. 그런 배우분들을 캐스팅한 것이. 정말 누구 하나 옥에 티 없이!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워낙 오디션으로 많이 뽑기도 하셨지만, 등장하는 많은 배우를 연기 잘하는 사람으로 뽑을 거라고. 대중적인 인지도라든지 이런 걸 고려하기보다, 대중에게 알려진 배우보다 재야의 숨은 고수들을 찾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 '손 더 게스트'에서 자신에게 가장 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김홍선) 감독님이다. 많은 작품을 하면서 선장이 누구냐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쉽지 않은 작품에선 더 그렇다. 누군가가 정말 잘 끌고 가주지 않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길 잃고 헤매는 경우가 많다. '신과함께'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B팀 없이 김홍선 감독님이 다 하셨다. 저희가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찍어서 과연 이 분량을 다 찍을 수 있나 싶었는데, 감독님 덕분에 가능했다. 사실 저희 촬영이 마지막 방송 전날 끝났다. 감독님 아니었으면 다 못 찍었을 것 같다.
시작부터 손발을 맞춘 팀이 같이 가는 게 저희도 좋고, 감독님께서도 본인께서 끝까지 제대로 잘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과 열정이 있었다. 감독님을 믿고 잘 가면, 또 다른 팀을 꾸리지 않아도 충분히 잘 마무리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 아까 윤화평이라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을 고민했다고 했는데, 다 마치고 보니 어느 정도로 공감을 얻었다고 보나.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가) 얼마나 공감했을까 하는 부분은 (제가) 예상하기 쉽지 않다. 화평이가 느꼈을 그런 감정에 똑같이 아파해주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게 캐릭터에 대한 공감일지 연민일지, 뭐일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작품이 끝나고 난 지금 화평이라는 인물을 안타까워하고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만족한다.
▶ 사실 시청자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도 배우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정우도 본인(김동욱)의 연기에 대해 '귀엽고 동정심이 드는 연기'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아, 제가 그렇게 생겼나? (웃음) 짠하게 생겼나? (웃음) 이유는 잘 모르겠다.
▶ 워낙 강렬한 작품이라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정말 5개월 동안 웃으면서 찍었던 씬이 거의 없었다. 감정씬은 거의 다 딥했고, 액션씬까지 하면서 지치긴 했는데 재욱 씨하고 농담도 많이 하고 장난도 쳤다. 일부러 둘이 더 그랬던 것 같다.
▶ 결말이 시즌 2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영화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고.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도 시즌 2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전혀 논의하지 않아서. 아마 채널 관계자들이 고민하지 않을까. (영화화도) 본격적으로 듣진 않았다. 얘기가 나오는 건 너무 감사하고 기분 좋다. 우리가 좋은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구나 싶어서.
저도 선택할 때 어느 정도는 생각했다. 시간대도 밤 11시라, 제 주변 지인도 도저히 본방은 못 볼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대단한 흥행을 기대했다기보다는, 이런 장르물을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 또 정말 재미있는 장르물이 나오길 기대하신 분들에게 만족할 만한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르물에 대해 아주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분에게도 '한번 봐라, 정말 재미있다'라고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는지.
너무너무 감사한 반응이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 장르물을 좋아하는 편인가. '손 더 게스트' 할 때 반응은 어떻게 확인했는지.
공포물을 좋아하진 않고 범죄 스릴러물을 좋아한다. 히어로물도 좋아하고. 댓글은 그렇게 많이 안 보는데, 사람들이 재미있는 댓글을 캡처해서 보여준다. 아, 근데 원귀였을 때 수홍이와 박일도가 싸우면 누가 이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든다. 한번 피 터지게 싸워보고 싶다. (웃음)
▶ '신과함께'와 '손 더 게스트'가 다 잘 되면서 연기 2막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데, 소감이 어떤가.
배우로서, 연기적으로나 이 배우가 성장하고 있다 내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는 보시는 분들의 몫인 것 같다. 제 개인적인 바람은 한 해 한 해 계속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으면서 지내고 싶고, 계속 고민하고 싶다. 그게 작품에서 좋은 모습으로 보답을 드릴 수도 있고, 때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릴 때도 있고, 또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올 때도 있겠지만 계속 고민하고 뭔가 좀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갖고 하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계속 성장하지 않을까. 연기라는 게 어떤 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 '신과함께' 당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더 발전하고 싶고, 연기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난 언제쯤 저 정도의 내공을 갖출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본인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연기 잘하는 선배'로 인식되고 있지 않을까.
현장에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후배 배우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낀다.
▶ 과거 인터뷰에서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우와 직접 소통할 만한 창구가 없어서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으로 아는데, 팬 미팅 등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생각이 있는지.
저도 잘 몰라가지고… (팬 미팅하면) 재밌을 것 같다. 근데 제가 오글거리는 (웃음) 걸 못해서… 제가 잘 오글거려 하긴 하는데, (팬 미팅) 하면 저야 좋다.
(웃음) 이런 말(한류스타) 들으면 설레긴 설레는데 금방 정신 차려서 괜찮다.
▶ 로맨틱코미디나 멜로에서 보고 싶다, 작품에서 노래하는 것 보고 싶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건 관계자들이 좀 보셨으면 좋겠다. (일동 폭소) 저는 '별로다' 하는 장르는 전혀 없다. 로맨스도 너무 하고 싶고 멜로도 하고 싶고 다 하고 싶다. 그리고 음치로 나왔으면 좋겠다. 작품 안에서는 노래 못하게. 물론 제가 시청자라도 배우가 연기 외적으로 잘하는 게 있다면 보고 싶을 것 같긴 하다. 근데 제가 정말 뛰어나게 잘한다면 할 수 있을 텐데, 지인들과 만나서 '난 노래방용이야'라고 한다. 거기다 가수분들이 계시는데 (제게) 노래를 시키면… 너무 창피하다. (웃음)
▶ 올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할 계획인지.
아직 별다른 계획은 없다. 촬영 때문에 읽지 못했던 대본을 하나 둘씩 읽고 있다. 흥미로운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