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김동욱이 밝힌 박일도 빙의씬 찍던 날

[노컷 인터뷰] '손 더 게스트' 윤화평 역 김동욱 ①

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the guest'에서 윤화평 역을 맡은 배우 김동욱 (사진=키이스트 제공)
장르물에 강한 채널 OCN이 지난 9월부터 방송한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는 포스터와 예고편부터 범상치 않았다. 악령을 알아보는 영매, 악령을 쫓는 구마사제, 악령을 믿지 않는 형사가 기이한 힘으로 일어나는 범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다.

평소 15세 관람가였으나 19세 관람가로 등급이 오를 정도로, 마지막 회는 이야기적으로나 시각적으로 극한으로 치달았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불운한 남자주인공'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기구한 운명의 윤화평(김동욱 분)이 박일도에게 빙의되는 장면은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회의 핵심이었다.

김동욱은 분투하며 자신을 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빙의된 박일도 때문에 신부 최윤(김재욱 분)의 목을 조르고 마는 복잡한 윤화평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윤화평이 박일도의 악행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몸에 박일도를 가둔 채 바다로 간 장면에서도 소름 끼치는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덕분에 김동욱은 '손 더 게스트' 마지막 회가 방송된 직후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샤머니즘과 엑소시즘이 결합한 장르물에 처음 도전한 배우 김동욱을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화 '신과함께'가 쌍천만이라는 기록을 쓴 후 바로 고른 작품이 '손 더 게스트'였다. 부담되진 않았나.

'신과함께' 다음 작품이어서 부담감이 더 큰 건 아니다. 드라마라는 특성상 사전제작이 아니면 대본을 끝까지 다 받아볼 수 없지 않나. 재미있어서 해 보고 싶다는 생각 이면에 내가 이 역할의 다양한 감성과 모습을 과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까 하는 걱정과 부담은 좀 있었다. 시작할 때부터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 되겠다는 기대를 한 작품인데, 감독님, 스태프, 저희도 해내야 하는 것이 많아서 그 부담이 있었다.

▶ 김홍선 감독에게 윤화평에 캐스팅된 배경을 들은 게 있다면.

감독님이 형식적인 말이나 립 서비스를 하는 성격이 아니시다. 그냥 너무 욕심나고,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은 작품이 있는데 (제가) 잘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같이 제대로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로 하셨던 것 같다.

▶ 윤화평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화평이란 인물 설정이 새로웠다. 영매라는 것도 그렇지만 무속인 집안에서 혼자 버려진 후 외롭게 자라나, 실체를 알 수 없는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런 캐릭터에 대한 신뢰와 설득력을 줘야 했다. 극중에서 화평이가 뭘 어떻게 할지,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신뢰를 유발하는 캐릭터가 되어야 했다. 어떻게 빨리 공감하게 만들지 고민했다.

▶ 처음에 대본이 어느 정도 나왔을 때 들어갔나. 대본이 다 안 나온 상태에서 캐릭터에 몰입하기에 힘들진 않았는지.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감독님, 작가님과 화평이란 인물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큰 줄기 이야기는 나누고 갔다. 대본은 4부까지 나온 상태였지만 감독님과 작가님이 엔딩까지 라인은 이미 그려놓으셨더라. 캐릭터 결말이 어떻게 가야겠다 하는 건 거의 다 구상한 상태여서 그 부분을 많이 이야기 나눴다. 회마다, 씬마다 디테일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수정하기도 하고.

김동욱이 극중에서 맡은 윤화평은 어릴 적부터 귀신을 보고 감응할 줄 아는 영매였다. 하지만 원치 않았던 이 능력 때문에 수많은 불행이 시작된다. (사진=OCN 제공)
▶ 첫 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초반에는 바로 나오지 않았는데.

1회가 너무 재밌더라, 생각보다. (웃음) 저희가 한 30분 지나고 나서 등장하는데 앞에 30분을 너무 재밌고 정말 찰지게 재밌게 찍어주셨다. 아역 친구들도 그렇고, 부담이 확 되더라. (웃음) 30분 지나고 딱 등장하는데 '더 있다 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 이거 큰일 났네'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웃음)

▶ '손 더 게스트' 시청자들이 '한국 드라마 사상 가장 불행한 남자주인공'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극한에 몰리는 캐릭터였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어떤 생각으로 연기에 몰두했나.


다 직접 겪어볼 순 없는 거니까… 그래서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하게 된다. 쉽게 이해되고 공감 가는 장면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에서 힌트를 얻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은 사실 그냥 그 씬 상황에서의 슬픔과 아픔, 고통이 어떨지 그것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어서, 온전히 그 상황 안에서의 감정을 생각하려고 했다.

▶ 주인공임에도 여러 능력을 갖춘 강한 역할이 활약하는 히어로물은 아니었다. 악령을 보고 감응하는 능력이 있지만 연기 톤은 자연스럽게 가져가야 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화평이라는 인물이 큰 존재를 상대할 때,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을 때 과연 어떤 역할로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나,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뭐냐는 이야기를 감독님, 작가님과 많이 했던 것 같다. 저도 도대체 마지막을 어떻게 풀지 궁금증이 (웃음) 대본 받기 전까지 매회 있었다. 화평이란 인물이 어떤 능력을 가졌건 간에 그걸 뛰어넘는 어떤 의지와 절실함을 사람에게 공감시키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 그럼 공간이 조금 채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셋이 함께하면서 뭔가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화평이란 인물이 할 수 있는 건 이 세 명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절실하게 쫓게 만드는 역할이었다. 어떻게든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각오를 계속 다지게 하는 인물이었다. 이렇게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극중) 해결점이 찾아지지 않을까 했다. (웃음)

▶ 화평이 최윤과 강길영(정은채 분)에게 각오를 계속 다지게끔 하는 인물이었다면, 최윤과 강길영은 극중에서 어떤 역할이었다고 보나.

화평이가 이들을 만나고 서로 과거를 공유하면서부터 그 둘도 화평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했을 거다. 화평이도 마찬가지고. (두 사람 모두) 끝까지 박일도를 쫓게 만드는 어떤 버팀목이자 의지였던 것 같다. 내 옆에 존재하는 최윤이라는 뛰어난 구마사제는 박일도를 없애야 하는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이다. 길영까지 셋은 너무 다른 캐릭터인데, 셋이어야만 하는 상황이 반드시 있었다고 생각한다. 화평에게는 그 둘이 계속 박일도를 쫓고, 그 안에서 '아, 이들과 같이하다 보면 (실체에) 더 가까이 접근하고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과 믿음을 줬던 것 같다. 그 둘이 있었기 때문에.

'손 더 게스트' 마지막 회에는 윤화평이 악령 박일도에게 빙의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방송이 끝나고 김동욱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사진='손 더 게스트' 캡처)
▶ 마지막 회에 나온 박일도 빙의 장면 반응이 뜨거웠다. 당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걸 아는가.

그랬더라. 16회 대본을 받고 나서부터는 정말 거의 매일 그것 때문에 고민했던 것 같다. 촬영 중간에도 끝나고도, 할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된 다음부터 수중에 뛰어드는 걸 스스로 선택하기까지를, 과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정말 매일 고민했다.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는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일도로 바뀌었을 때와 화평이일 때 모습이 너무 다른 사람 같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렇다고 또 화평이 같진 않았으면 좋겠고. (웃음) 톤 잡는 게 쉽진 않았다. 특히 바닷가 씬은 모니터를 전혀 못 했다. 찍을 분량이 많은데 여건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그 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하는 수밖에 없어서 저도 스태프들도 다 방송 보고 나서 알았다. 다들 너무 타이트하게 찍었던 상황이라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다.

▶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너무 많이 힘들었었다. 수중 촬영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는 일찍 끝났다. 바닷가 장면도. 그런데 저희가 기본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박일도 빙의 장면은) 방송하기 이틀, 사흘 전에 찍은 거다. 청산도에 들어가면 하루는 있어야 한다. 배가 없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못 찍으면 또 하루가 날아간다. 배우들이 8시간 정도 찍었는데 몸을 추스를 시간도 부족했다. 물속에서 제 분량 찍고 잠깐 담요 덮고 쉬고 또 들어가서 다시 찍고 이런 식이었다.

▶ 이렇게 체력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리는 환경에서는 연기에 몰입하기 힘들지 않나.

그렇다. 너무 힘들다. 그래서 계산을 좀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데 감정적으로도 힘든 연기를 해서 복합적으로 지치는 상황이 생기면, 배우가 계산을 잘해야 한다. 어떻게 체력을 안배해서 가야 할지 생각하고, 감독과 (이 장면에서) 필요한 게 뭔지를 얘기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해야 한다.

▶ 그래서인지 작품 끝나고 멘탈 케어를 받아야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저는 캐릭터에서 빨리 빠져나오려고 하는 편이다. 멘탈 케어보다는 스킨 케어를 많이 받아야 한다. (일동 폭소) 오늘도 목 폴라를 입고 왔는데, 피부가 너무 심해서… (* 김동욱은 잠시 폴라를 내려 빨갛게 된 목을 보여줬다) 특수분장하고 밤샘 촬영하면서 체력이 확 떨어졌다. 제가 피부가 약하고 예민한 편이다.

▶ 배우들은 박일도의 정체를 언제쯤 알았나.

저희야 알았다. (일동 폭소) 저희 3명(김동욱·김재욱·정은채)만 알았다. 계속 말을 안 해 준다고 하셔서 그럼 연기를 할 수 없다면서 협박 아닌 협박을 드렸다. (웃음) 정말 그걸 알지 못하면 그 인물을 연기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배우 김동욱 (사진=키이스트 제공)
▶ 마지막에 윤화평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알았나.

죽게 될지 살게 될지까지는 몰랐다. 그냥 박일도가 할아버지(윤무일/전무송 분)고, 저는 물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만 했다. 바다에 빠지게 될 거라고 해서 죽나 보네, 했다.

▶ 신비하고 기이한 존재가 나오는 장르물인데도 CG를 많이 쓰지 않았다.

처음 작품 들어갈 때부터 감독님을 비롯해 모두 비슷하게 생각했던 거다. 정말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면, 지나친 CG를 넣지 말자고. 빙의 장면도 CG로 어떤 효과를 주려고 하지 말자고 했다. 모두가 공유했던 부분이라 부담은 없었지만, 덕분에 더 저희 작품과 잘 맞았고 보시는 분들도 이질감을 훨씬 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김동욱 "좀 더 잘하고 싶고,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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