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정치 할거면 비서 그만두라"…임종석 청문회 된 국감장

野 '선글라스 DMZ방문'에 "대통령 부재에도 폼 잡았다" 맹공
소득주도성장 주축인 장하성엔 "나가려면 빨리 나가라"
"대통령은 북한대변인" 발언두고 여야 고성 오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6일 진행된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비서실 국정감사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청문회와 경제부처 감사를 방불케 했다.

야당이 청와대의 대통령 보좌 업무가 적합했는지를 살펴보기 보다 이른바 '선글라스 사건'으로 불리는 임 실장의 비무장지대(DMZ) 방문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 野 "'임종석 대통령' 설 등 자기 정치한다"…任 군정보 유출은 "죄송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임 실장이 지난달 17일 국방부 장관과 차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차장 등을 대동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 강원도 철원의 비무장지대(DMZ)인 남북 공동유해발굴 현장을 시찰한 일에 대해 국감 시작부터 강도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질의 시작도 전에 의사진행발언부터 임 실장의 DMZ 방문과 관련한 자료 미제출을 문제삼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임 실장의 DMZ 방문 관련 영상이 군사보안 노출로 인해 논란이 됐다"며 "방문 경위와 참석자 명단, 영상 원본, 촬영자와 편집자에 대한 자료 제출이 안 됐는데, 촬영자와 편집자의 경우는 오후 질의에 참석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첫 질의자로 나온 무소속 손금주 의원은 "남북관계와 경협 문제가 중요한데 선글라스 문제로 뒤덮였다"며 임 실장의 부적절한 대처로 사안의 주객이 전도됐음을 지적했다.

손 의원은 "국방부 장관이 국감에서 군 PX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했는데 비서실장이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며 "청와대 대변인이나 국방부 장관이 설명하는 형식이 아니라 국민들께 논란이 됐으니 (임 실장 본인이) 죄송하다고 얘기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성일종 의원, 정유섭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으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비움은 물론 내각 관료들을 대동한 점이 부적절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이 되면 대통령 부재 중 청와대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 나온다"며 "국정원장, 장·차관을 데리고 가서 폼을 잡더라도 대통령이 귀국한 후에 잡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유섭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무위원들을 정위치를 지키도록 독려하기는커녕 수행원으로 부렸다"며 "'임종석 대통령', '대통령 위의 비서실장' 얘기마저 나오는데 비서로 살기 싫으면 그만두고 나와서 현실 정치에 뛰어 들라"고 쏘아붙였다.


임 실장은 이같은 뭇매에 "제가 햇볕에 눈을 잘 뜨질 못한다. 눈이 많이 약하다"고 해명한 후 "이번에 오해를 받았는데 더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고 주의할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당시 현장방문을 홍보한 동영상에 군사보안시설과 관련한 내용이 유출된 일에 대한 질타에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제가 감시초소(GP) 통문장을 했는데 63번, 64번 통문이 열려있었다. 이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며 "군사법원에 서 있어야 할 일인데 이렇게 청와대가 법을 안 지켜도 되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임 실장은 "국방부 문의 결과 '군사기밀에 속하는 사항은 아니나, 군사훈련상 비공개로 한다'는 답변을 들었고 곧바로 수정을 했다"며 "이 자리에서 다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 野 "장하성 나가라" vs 張 "소득주도성장 잘한일"

장하성 정책실장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선글라스 사건을 일단락 지은 야당은 청와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었다.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비롯한 거시 지표 하락 우려와 여전한 고용불안의 원인으로 장 실장을 중심으로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을 꼽으며 장 실장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다.

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올해 순수하게 일자리 정책자금만 42조5820억원을 썼는데 오히려 고용이 하락했다"며 "장 실장은 고용보험가입자수 증가를 근거로 일자리 질의 확대를 말하는데 300인이상 사업장 근로자 253만4000명 중 비정규직은 3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000명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올초에는 '연말쯤이면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는데 연말이 다가오니 내년으로 넘어갔다"며 "정책실장 교체설이 나오는데 소득주도성장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국민들을 봐서라도 나가려면 하루라도 빨리 나가시라"고 채근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통계청이 9월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를 보면 올해 1~8월 구직단념자는 95만명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4년 이후 최대치"라며 "구직기간도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장기간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위기라는 것을 인정 하지 않고 경제진단의 맥락도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은 심각한 위기"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은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 29일 1999까지 급락하는 등 한 달 새 13.5% 떨어진 시장 상황과 올해 1~9월 월평균 실업자가 111만7000명으로 최초로 110만명을 넘긴 점, 설비와 건설투자가 올해 2·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1998년 1·2분기 이후 처음임을 언급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가장 좋지 않은 수치인데도 이를 보고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근거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장 실장은 이같은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이 지표상으로는 좋지 않은 점이 있지만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져있다는 표현은 과한 해석"이라며 "경기 둔화나 침체됐다는 표현에는 동의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심을 위해 가장 잘 한 것 한 가지가 무엇이냐"는 민주당 어기구 의원의 잘문에 "경제적으로 본다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 실장은 "전체 노동자들 중 75%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에게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아쉽게도 비임금 근로자, 즉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에 해당하는 25% 노동자에게는 정책이 성과를 못 내고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북한 대변인" 野 발언에 여야 또 남북관계 언쟁

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소속 손금주 의원으로부터 DMZ 방문과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에서 "한 주먹도 안 되는 게", "쳐봐, 쳐봐"라며 막말 설전을 벌였던 여야는 이날 운영위 회의장에서도 고성을 주고받았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문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얘기하고, 일본 산케이 신문에서도 논평이 게재됐다"며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일해 달라고 뽑은 것이지 북한수석대변인을 뽑은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을 북한의 대변인이라고 폄훼한데 대해 여당 의원들은 곧바로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니!"라며 고성을 지르면서 곽 의원의 발언을 저지하고 나섰다.

이에 곽 의원도 "내가 한 게 아니라 외국언론에 나와 있지 않느냐. 외신에 나온 것을 말도 못하느냐!"고 맞받아친 후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을 3회 5일에 걸쳐 방문하셨는데 대구·울산·전남은 1회, 광주는 2회로 북한보다도 적게 방문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다', '오로지 북한을 위해 순방했다'고 구분한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전형적인 침소봉대이자 아니면 말고식 정치공세"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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