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가 대본을 받으면 꼭 상상해 보는 한 가지

[노컷 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정제윤 역 김선호 ②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정제윤 역을 맡은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뉴 보잉보잉', '옥탑방 고양이', '셜록',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 '연애의 목적', '트루 웨스트', '거미여인의 키스', '올모스트 메인', '클로저',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등 내로라하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학로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였던 김선호.

그는 지난해 KBS2 오피스물 드라마 '김과장'에서 사유와 사색을 중시하지만 엉뚱하고 순진한 면을 지닌 선상태 역으로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를 경험했다. 그러고는 '최강 배달꾼', '투깝스' 주연을 맡더니 올해도 2부작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와 최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까지 '열일'했다.

김선호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안면소실증을 앓는 정제윤 역을 맡았다. 사람 얼굴을 구분하지 못함에도 홍심(남지현 분)에게 첫눈에 반하는 정제윤을 이해하기 위해, 나름대로 캐릭터의 전사를 상상했다. 연기하는 본인이 먼저 설득되어야만 보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선호를 만났다. 배우들이 입을 모아 '좋은 사람들이 남았다고 한 '백일의 낭군님'의 촬영장 뒷이야기뿐 아니라 5월에 방송한 '미치겠다 너땜에'와 차기작에 관해서도 물었다.

(노컷 인터뷰 ① '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이제 절 보면 '현감!'이라고 불러요")

일문일답 이어서.

▶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는데, 어느 정도로 좋았던 건지 궁금하다.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나쁜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 다들 남들 이야기 잘 들어주고 까르르 웃고 즐기니까 이게 너무 좋더라. 집에 안 들어가고 한복 입으면서 숙소 생활하니까 같이 노는 것 같고 재미있었다.

연기도 다들 잘하시지만 인성까지 좋으시다. 조성하 선배님은 다른 팀에서도 이미 이야기 들었을 정도로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조성하 선배님은 늘 저희에게 힘내라고 하면서 모두에게 '네가 이 드라마의 주역이야'라고 힘을 주셨다. 제가 선배가 되면 이렇게 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신사적이셨다.


모든 선배님께 많은 걸 배웠는데, 홍심이 아버지 연 씨 역을 맡았던 정해균 선배님이 기억에 남는다. 쉬는 시간에 보니까 떠시는 것 같아서 물으니 긴장된다고 하시더라. '촬영 때 긴장해, 나 원래'라고 하셔서 놀랐다. 연기할 때는 하나도 안 보여서. 저희가 대본 나온 지 이틀 만에 촬영할 때가 있었는데 (자기 연기 때문에) 혹시나 방해가 될까 봐 걱정하고 계시더라. 정말 겸손하시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저렇게 열심히 준비하시는데… 저는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은 우스갯소리로 분량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아니다. 정말 많이 준비해 오신다. 아이디어를 말할 때도 부드럽게 하신다. 전에는 약간 엉뚱한 소품이 현장에 있었는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게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으시더라. 선배님들께는 태도도 배워야겠다 싶었다.

▶ 아전 역을 맡았던 이준혁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들었다.

제가 진짜 웃다가 토할 것 같다고 했다. (웃음) 처음에 우산 가지고 그냥 간단한 동작 하신 것만 보고도 '저 웃다가 토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진짜 별것도 아니었는데. (웃음) 스태프들도 (이준혁을) 진짜 존경한다고 했다. 스태프 입장에서도 자기보다 선배인 사람이 저렇게 즐겁게 연기에 임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고맙다고.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민지가 "선호 오빠는 좀 허당기가 있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어땠나.

제가 허당기가 있긴 하다. 항상 술자리가 있으면 취해서 도망간다. 많이 마시는 게 아니라 빨리 취해서 도망가는 스타일이다, 두세 시간 만에. 그냥 전 장난꾸러기 오빠다. (웃음) 사실 민지나 지현이가 누나 같을 정도로 이해심이 넓었다.

▶ 촬영 기간에 여름도 끼어 있었고, 특히 제윤이 극중에서 한양과 송주현을 왔다 갔다 하는 설정이라 이동량이 많았다. 체력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체력 관리를 못 했다. 한 번 더위 먹은 적이 있었다. 한복이 너무 덥다 보니까. 근데 다행히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 재미있어서 하는 거라 몰랐던 것 같다. 사전제작이라 그동안 쉬는 기간이 몇 개월 있었는데, 그렇게 쉬고 싶다가도 일이 들어오면 하고 싶더라. 제가 연기하는 걸 보면 부족하지만 욕심이 나서 해 보고 싶다. 지금은 조금 더 여유 있게 신중하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체력도 잘 챙기고.

▶ '백일의 낭군님' 하기 전에는 MBC 2부작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에서 김래완 역을 맡아 이유영과 연인 연기를 펼쳤다. 시청자 반응이 좋았는데 '미치겠다 너땜에'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나.

아직까지도 진짜 감독님한테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즘도 제가 주도해서 가끔 모인다. 배우들도 단막극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더라. 저 역시 좋았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쓰신 '미치겠다, 너땜에'가 굉장히 흔하고 일상적인 소재였다. 톤을 정하고 연기하면서 부족한 면이 보이긴 했지만, 현실에 가까운 고민을 했던 작품이다. 누구나 한 번쯤 해 볼 법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할까, 이런 것들. 예를 들어 키스씬이라고 하면 감독님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시면 저도 제 경험을 얘기했다. 래완이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사실 1화 때는 제가 래완이었나, 싶지만 2화는 정말 래완이로 살았다. 비로소 래완이를 만난 것 같아서 기뻤다. 특히 "내 몸에서 네 냄새가 안 없어져"라는 대사가 좋았다. 다들 그 대사를 빼라고 했다. 근데 저는 그 대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촬영할 때쯤이면. 다행히 그 감정이 나와서 너무 행복했다. 저한테 역할을 주신 현솔잎 감독님과 박미령 작가님한테도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 역시! 우리랑 가까운 얘기를 해도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겠지, 싶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2부작 드라마 '미치겠다, 너땜에'에서 김선호는 오랜 친구와 연인이 되는 김래완 역을 맡았다. (사진='미치겠다, 너땜에' 캡처)
▶ 앞으로도 단막극 기회가 있으면 출연할 계획이 있나.

작품이 좋다면! 단막극이라는 건 특별히 생각하지 않지만, 저도 기억이 너무 좋아서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다.

▶ 지난 인터뷰에서 친절한 살인자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답한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마음 여전히 변함없나.

물론 그것도 하고 싶다. 사람 냄새나는 것도 하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는 누군가와 부딪치는 게 부족했다면, 이제는 조금 부딪치면서 나빠도 보고 좋아도 보는 가장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사랑 얘기도 해 보고 싶고 악당도 되어보고 싶다. 감정의 폭이 다양한 것도 해 보면 좋겠다.

▶ 나중에 개과천선하긴 하지만 '최강배달꾼'에서 망나니 재벌 2세를 연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악당 역할을 해도 완전히 나쁜,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 느낌이 나오는 게 신기하다.

세상에 사연 없는 놈은 없는 것 같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홍심에게서 어머니를 본다고 합리화하고 서사 만든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이고 악역일 수 있지만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본을 받으면 그 사람의 지질한 내면을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인물을 구축한다. 아무리 나빠도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유를 생각한다. 순수한 악은 감정적인 개념이 없는 사이코패스밖에 없지 않을까. 근데 또 감정이 없어지게 된 사연도 있을 것 같고. 대본을 받으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부터 생각한다. 그게 없으면 씬마다 사람이 변하더라. '왜 이러는가?' 하는 게 없으면 (캐릭터가) 변하니까, 되도록 갖고 가려고 한다.

▶ 현재 보고 있는 작품이 있는지.

감사하게도 제안 온 게 있어서 읽어보고 있다. 감히 제가 어떤 작품을 고른다, 이런 건 아니고 제안 들어오는 걸 한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배우 김선호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앞으로 휴가가 주어지면 무엇을 할지 궁금하다.

그동안 ('백일의 낭군님') 촬영지를 친구들 끌고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케어했다. 리프레시하려고. 다음 작품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 내년이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일단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해 보고 싶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제가 존경하는 선배님과 함께해 보고 싶다. 누구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좀… (웃음) 너무 좋아하고, 연기하는 걸 그냥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제 인생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너무 보고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영화 단역으로라도 가고 싶은 기세다. <끝>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