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김연지의 IT 인사이트
◆ 김연지> 네, 지난주 금요일, 애플워치4가 국내에도 출시됐는데요. 이번 애플워치4에는 세계 최초로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돼 이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고객들은 이 기능을 쓸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의료 규제와 뒷얘기를 다뤄보려 합니다.
◇ 임미현> 일단, 심전도 검사라 하면, 병원에 누워서 가슴 부위랑 손목, 발목에 집게 같은 거 붙여서 하는 그런 거죠?
◆ 김연지> 네 맞습니다.
◆ 김연지> 네 기존 스마트워치에도 심장 박동수를 재는 심박센서 정도는 탑재돼 있는데요, 애플워치4는 단순히 내 호흡이 가쁘고 불안정한 것뿐만 아니라 정말로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고 있는지, 건강에 위협적인 심방세동 징후가 있는지 판별하는 의료 기기로 진화한 겁니다
◇ 임미현> 어떻게 시계로 측정하죠?
◆ 김연지> 애플워치4를 한쪽 손목에 차고 반대 손가락으로 애플워치 우측 상단에 있는 디지털 크라운을 30초간 얹어두기만 하면 됩니다.
◇ 임미현> 디지털 크라운은 또 뭐죠?
◆ 김연지> 아날로그 시계에서 초침 분침 맞추던 작은 다이얼 같은 걸 생각하면 되는데요 애플워치의 디지털 크라운은 홈 버튼 기능부터 스크롤 같은 걸 합니다. 여기에 탑재된 전극과 워치 뒷면의 크리스털 전기 심박센서를 통해 심장박동 리듬이 표시되고 이상징후 등이 분석돼 앱에 저장됩니다.
◇ 임미현> 그러니까 30초 동안 대기만 하면 되는 거네요,
◆ 김연지> 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단순히 심전도 체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결과를 문서 형태로 저장해 의사와 직접 공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 임미현> 그럼 갑자기 어지럽거나 맥박이 불규칙할 때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곧바로 의사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거네요?
◇ 임미현> 그런데 이게 국내에서는 못 쓴다는 거예요? 똑같은 제품인데요? 가격도 같고요?
◆ 김연지> 네, 나라마다 의료 관련 규제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심전도 측정은 질병을 진단하기 때문에 미국 FDA와는 별도로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 기기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하는 겁니다.
◇ 임미현> 애플워치4를 사도 식약처 승인 전에는 아예 못 쓴다?
◆ 김연지>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심전도 측정은 별도의 앱으로 작동하는 기능인데, 국내 출시 제품에는 이 앱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건데요, 우리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자동으로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돼 애플워치에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 임미현> 그럼 미국 제품 직구하면 되나요?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애플 쪽에서 아직 식약처에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데요. 식약처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인서트) "애플에서 (의료 기기) 신청을 하면 검토를 해서 허가를 해주든지 할텐데
신청을 안 하니까.. (애플 입장에선) 외국에 판매할 때 기업 정보가 나갈 수도 있고, (우리나라가)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 임미현> 재밌네요. 아직 신청도 안 해놓고 식약처 승인을 못 받았다면서 같은 가격에 파는 셈이네요? 애플 측은 뭐라 하나요?
◆ 김연지> 네 애플코리아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고만 답했는데요, 물론, 정보 유출 같은 문제도 있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한국이 정말 작은 시장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론 국내 의료 규제가 까다로운 것도 작용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 임미현> 국내에서는 이런 스마트기기의 의료 인증 같은 시도가 없었나 보죠?
◆ 김연지> 사실 3년 전에 이미 국내 스타트업 휴이노라는 곳에서 스마트워치 형태의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했는데요, 하지만 의료기기나 원격진료 등에 대한 까다로운 규제 탓에 애플에 최초 타이틀도 빼앗겼을뿐더러 아직 시판도 하지 못한 상탭니다.
◇ 임미현>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능을 쓰는 게 영영 불가한 건가요?
◆ 김연지> 휴이노 측은 그래도 최근에 식약처에서 이같은 어려움을 알고, 최대한 빨리 의료기기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고는 하는데요, 사실 업계의 어려움은 단순히 국가 기관의 허가나 인증에 그치지 않습니다.
◇ 임미현> 승인 말고 또 힘든 게 있나요?
◆ 김연지> 네 의료 기기의 범위와 또 기록의 해석을 두고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과연 몇십만 원짜리 시계로 잰 정보가 정말 의료 기능을 할 수 있느냐, 어디까지 믿을 수 있고, 잘못된 정보로 인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 등에 대한 논란이 많기 때문입니다.
◇ 임미현>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요. 워치가 분석한 자료만 믿고 병원 안 갔다가 행여나 위험해지면 책임 소재에 대한 분쟁도 있을 거고요.
◆ 김연지> 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 워치의 자료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기존 기득권 세력이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병원과 약국 또 양방과 한방의 갈등을 보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는 거죠. 다른 나라도 저마다 의료 규제는 있지만, 아마 스마트기기의 의료화 같은 건 우리나라 가장 늦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합니다.
◇ 임미현> 네, 규제도, 이해관계도 그렇고 현재 상태에서는 쉽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