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에서 '남배우A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더 나은 영화현장을 위해 영화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촬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에 예정에 없던 발언자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 그는 한 사람의 배우로서, 그리고 영화배우협회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석했다. 같은 직군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특별히 관심을 가져 왔고, 사건의 발생과 전개 상황에 비정상적인 부분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데뷔 36년차 중견 배우 이재용은 "업계에서도 상식과 룰이 있다. 민감한 장면에서는 절대적으로 배우와 함께 고민해야 하며, 배우에 대한 보호가 1순위다. 경우에 따라 상호 합의를 통해 배우가 위험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서로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 사건은 서로에 대한 안전 장치, 감독의 통제 범위 설정이 너무 막연하고 모호한 상황이더라. 이런 식으로 연출을 하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시사회에서 문제의 영화를 봤는데 저런 장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면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라고 배우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노출 장면과 해당 장면 촬영 중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비판했다.
이재용은 영화 '순수의 시대' '강철비'를 비롯해 곧 개봉할 '해피 투게더' 등에서 활약했고 '학교 2017' '불야성' '징비록' '쓰리데이즈' 등 드라마에서 감초 조연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배우다.
그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더 아프게 공격 당하는 사건의 전개 양상을 보며 이번 사건이 더 이상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파악했다.
이재용은 "가해자 쪽에서 언론을 이용해 피해자 쪽을 삶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언론 역시 사건이 가진 흥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거나, 그렇게 생산된 보도를 재생산하더라"며 "거기에 사이비 언론까지 개입해 여론전을 펼치고, 공판에서는 영화계 관계자들이 이걸 영화로 만들자고 하면서 촬영을 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단순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피해자를 도와줄 여러 네트워크를 찾았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영화계에 오래 몸담은 그 역시 영화계가 가진 구조적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표현과 창작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전에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 등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존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재용은 "최근 영화계 안팎으로 일어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부에서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 비상식이 통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면서 "그러나 창작의 순수성이든 어떤 목적이든 배우를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연기'라고 이름 붙일 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이번 사건에는 그런 것들이 배제돼 있었고, 현장 스태프의 침묵, 암묵적인 동조 등 상식 밖의 행동들이 벌어졌다"며 "예술이라는 창작의 자유가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겠지만 인권과 인간적 존엄이 반드시 지켜지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거론되는 게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