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다시 하늘로…한 시대가 졌다

6일 고 신성일 영결·발인식 엄수
고인 마지막 길 배웅 인파 운집
엄앵란 "울며 보내고 싶지 않아"

영화배우 고 신성일의 발인식이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 인근이 인파로 붐볐다. 이날 치러진 고 신성일의 영결식과 발인식을 전하려는 취재진은 물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시민들이었다. 대다수는 머리카락과 눈썹이 희끗희끗한 장년의 시민들. 그들은 그렇게 한 시대를 떠나보내고 있었다.

신성일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장례식장 문턱을 넘었을 때 사위에는 염불·목탁 소리와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자리했다. 운구에 참여한 배우 안성기와 이덕화 등의 눈시울은 붉었고, 배우자이자 영화 동지 엄앵란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앞서 한국 영화계 큰 별 신성일은 지난 4일 새벽 폐암 투병 끝에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영화인장으로 치러졌다.

1960, 70년대 최전성기를 누린 고인은 여전히 회자되는 '맨발의 청춘'(1964) 등 평생 500편을 훌쩍 넘긴 영화에 출연해 온, 한 시대를 가늠케 하는 아이콘이었다.


이날 발인에 앞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장례위원장을 맡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은 "왕도 돼 보고 영웅도 돼 보고 만인의 연인으로도 살아 보셨으니 이 세상 미련은 버리셔도 될 것 같다"며 "같은 시대에 살아 행운이었다. 한국영화 역사의 전설이었고 신화였다"고 애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오석근 위원장도 "500편 넘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이 됐다"며 "영화만을 위해 산 열정을 잊지 않겠다. 살아가신 영화를 치열하게 기억하겠다"고 전했다.

유족을 대표해 자리에 선 엄앵란은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이렇게 보니까 '참…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네'라는 생각이 들러라"라며 말을 이었다.

"이 세상 떠나면서 나는 울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누가 보면 날더러 '왜 안 우냐'고 (한다). 그런데 울면 망자가 그 걸음을 못 걷는다더라. 이 세상에 (남은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그래서 지금 억지로 안 울고 있다."

그는 "신성일씨가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이제는 선녀같이 동경하며 그러고 살고 싶은 마음"이라며 "여러분도 부인들에게 잘 하시라. 잘하면 기쁨이 온다"고 전했다.

이날 고인을 실은 운구 행렬은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을 거쳐 장지인 경북 영천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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