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정을 논하는 소중한 대화의 틀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날 협의체에서는 남북관계와 정국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향후 정국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화의 요지를 정리했다.
◈ 김정은 방남…"국립묘지 헌화하게 해야" vs "북측 요구 장소에 우리는 갈 거냐"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에 답방할 가능성이 있는가.
▶ 문 대통령 = 당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분위기를 고려해 올해 안에 답방하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북미회담이 내년으로 연기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그 전에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북미회담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 서로 여러 가지로 의견을 조율 중이다. …국회가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더 논의해야 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해줬으면 좋겠다.
▷ 김성태 원내대표 = 김 위원장이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전제되면 답방을 환영하고 국회 차원의 김 위원장 연설을 협의할 수 있다.
▶ 문 대통령 = 우리가 북측으로 갈 때도, 남북관계가 진전이 없을 때 북측이 안내하는 북측의 의미 있는 장소에 과연 우리 남측 대표단이 갈 것이냐 말 것이냐가 항상 고민이 되고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까 하는 문제에 대해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그것을 전제로 답방하는 문제가 이야기되면 서로 역지사지하더라도 북측이 난처하지 않겠느냐.
◈한반도 비핵화…"북한 비핵화 아닌가" vs "외교적으로 그런 말 안써"
▷김성태 원내대표 =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 문 대통령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아직 외교적으로 쓰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핵이 없으니 비핵화란 북한의 비핵화다. 김 원내대표의 말씀이 맞지만, 외교적으로 그런 말을 쓰지 않으니 이해를 좀 해달라.
▷ 김성태 원내대표 =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성과를 봐가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미 간 튼튼한 공조'뿐 아니라 '동맹'이라는 단어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 관련 여야정 합의 문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 문재인 대통령 = 그건 당연하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 국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하고 협력해야 하지 않느냐. 남북국회회담에 대한 조건을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한다.
▶ 문 대통령 =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
◈ 아동수당…"초등학생까지 확대" vs "방향은 공감, 현재 재정으로는 어려워"
▷ 김성태 원내대표 =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아동수당은 수혜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초등학생까지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명문화해야 한다.
▶ 문 대통령 = 한국당이 당초 아동수당에 비판적이었는데 전체로 대상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복지를 강조한 것을 환영한다.
▷김성태 원내대표 = 복지 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존망이 걸린 인구 절벽에 관한 문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 아동수당을 초등학생까지만 확대해도 현재 2조원이 들어가는데 대략 계산해도 12조원 정도가 들게 된다. 방향은 공감하지만, 현재의 재정상태로는 어렵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그러면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하게 개정하겠다고 정리하는 것은 어떠냐.
◈선거.사법제도 개혁…"'18세 하향' 논의해 달라" vs "역시 대통령은 고단수"
▷문 대통령 = 선거제도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 선거연령 18세 하향안을 국회에서 꼭 좀 논의해달라. 선거제도 개혁에 선거연령 하향안을 포함해서 논의해달라.
▶ 김성태 원내대표 = 역시 대통령께서 고단수입니다. (웃음) 이러니까 '1대4'라고 하는 겁니다.
▶ 김관영 원내대표 = 이 부분(18세 하향안)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 윤소하 원내대표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합의하자. 빨리 정치개혁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여당이 더 확실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부분이 무엇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이 제안된 마당에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것인가. 한국당을 놔두더라도 대통령이 그렇게 의지를 강하게 표하지 않았냐.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하겠다. 대통령께서 여당에 속도를 좀 내도록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관영 원내대표 =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통과만 기다릴 수는 없다.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현행법에 따라 하루속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게 맞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면서 그 안에 공수처법이 통과되면 임기를 공수처법 정식 발표 시점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 에너지 정책… "새만금 국제용지 부지에 왜 태양광을" vs "비활용 부지 중심"
▶ 김성태 원내대표 = 탈원전 정책을 수정하고, 에너지 정책을 재조정해서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김관영 원내대표 = 새만금 태양광 사업은 사전에 소통이 부족했다. 또 태양광 설치 위치가 국제 용지 부지로서 좋은 땅을 쓴다. 민간 자본 10조원을 유치한다는 데 대기업에 특혜 집중의 우려가 있다.
▶ 장병완 원내대표 = 새만금 사업에서 국제업무단지가 중심이 된 지역인데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것은 문제다. 광주·전남에서 에너지 밸리 집중 육성을 위해 에너지 융복합사업을 육성한다는 것과 중복돼 호남의 남북간 갈등 소지가 있다.
▷문 대통령 = 원전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 발전하기 위한 정책은 적극 추진하겠다. 임기 중 원전건설 2기를 마무리 하겠다. 우리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표방했지만, 이는 장기적인 것으로서 정책 기조가 60년이 이어져야 탈원전이 이뤄진다.
새만금에 큰 규모의 태양광 발전을 하기로 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말아 달라. 사전 소통은 앞으로 강화하겠다. 태양광 단지는 주로 비활용지역을 중심으로 조성할 것이다. 태양광 설치가 새만금 전체의 기존 개발에 영향을 주지 않고, 기존 개발은 정상적으로 진행해 나가면서 플러스알파로 이뤄질 계획이다.
▶윤소하 원내대표 =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 에너지정책의 원칙이 뒤흔들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