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보안을 강조한 행동강령을 정해놓고 조직원에게 범죄수익금의 최대 12%를 성과급으로 매주 지급해 범행을 독려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범죄단체 가입·활동,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문모(26)씨 등 41명을 구속하고 공범 34명과 이들에게 은행계좌를 빌려준 73명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씨 등은 2015년 중국으로 건너가 웨이하이, 다롄, 지린, 옌지, 웨이팡 등 5개 도시에 숙소를 마련하고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렸다.
문씨 등은 지인을 통해 모집한 조직원들을 중국으로 건너오게 해 합숙시키며 보이스피싱 콜센터 상담원 교육을 받게 했다.
이들은 특히 경찰 추적에 대비해 조직원들에게 10여 가지 행동강령을 정해 이를 신조로 삼게 했다.
가명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개인 휴대전화 반납, 사진촬영·메신저·SNS 금지, 조직원간 대화는 해외 메신저 이용, 외출 시 실시간 위치 보고, 범죄수익금 개인 계좌 이체 금지, 국내 입국 전 개인 휴대전화 초기화 등이다.
검거되면 중국에 해외여행 왔다고 진술하라는 강령도 포함됐다.
이들은 사전에 국내에서 1명당 1만원에 산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을 시도했다.
이 개인정보에는 이름, 연락처, 주소는 물론 대출규모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어 상당수 피해자가 이들의 맞춤형 사기 전화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밝힌 보이스피싱 수법은 크게 두 가지다.
고금리 대출이 있는 이들에게 정부가 출시한 대출 프로그램인 햇살론을 소개하며 5∼7%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속이고 일시상환과 보증금 납부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검사를 사칭해 은행계좌가 범행에 이용됐으니 돈을 빼서 금융감독원에게 전달하라는 고전적인 수법도 동원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속이려고 서울 지역 번호인 02나 1588 등의 전화번호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2년 6개월간 사용한 통장에서 입출금된 금액만 160억원에 달하는 점에 미뤄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전체 수익은 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에서 확인한 피해자는 모두 128명이며 이들의 피해 금액은 40억원 수준이다.
문씨 등은 보이스피싱에 성공한 조직원에게는 주 단위로 건당 수익의 5∼12%를 중국 위안화로 지급하고 실적 우수자에게는 구찌, 루이뷔통 등 명품 가방이나 지갑을 줬다.
반면에 실적이 저조한 조직원에게는 욕설과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문씨 등은 매주 단합대회를 가거나 현지 관광을 하면서 조직원들을 회유하기도 했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범행 기간 중국에 간 해외여행자 중 12만명의 명단을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건네받아 상시 체류자를 선별했다.
그런 뒤 범죄수익금 계좌 3천여 개를 분석해 용의자를 특정한 뒤 국내에 입국한 조직원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16명을 인터폴에 수배하고 12명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