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안성용 기자의 <정보방 -정치를 보는 방법>
◈ 안성용>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감때 피감기관 대표로 국회에 나오게 됩니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임 실장에게 집중 될 텐데 이 부분 짚어 보구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월 30만원씩 주자, 그 것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만 주는 게 아니고 부유한 계층의 자녀들에게도 주자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예산국회에 아동수당 문제가 술술 풀릴 것으로 보는데 이 문제도 짚어 보고자 합니다.
◇ 임미현> 네, 우선 청와대 국감, 아무래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겠는데 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임종석 실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이나요?
◈ 안성용> 다 아시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아셈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유럽을 순방했을 때 임종석 비서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준비위원장 자격으로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DMZ 유해발굴현장을 시찰했습니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을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DMZ를 방문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만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군복을 입고 검은 썬 글라스를 낀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멋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 대통령 해외 순방중 에 최전방에 가서 뭐하는 거냐고 탄식했던 사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임미현> 그 문제가 이번 국감에서 다시 다뤄질 것이라는 얘기군요?
◈ 안성용> 임 실장의 DMZ 방문 사진이 퍼지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국민은 도 하나의 차지철, 또 하나의 최순실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싶다면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맹비난했구요,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문재인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에 임종석 비서실장도 이제 기고만장해 하고 있다"고 비난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임종석을 해임하라, 구속시켜라 등등의 청원 글이 상당히 올라와 있습니다만, 여론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내일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한번 다뤄질 것 같습니다.
◈ 안성용> 맞습니다. 꼭 1년 전입니다. 지난해에도 11월 6일에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는데요, 이 때는 정권초반기이고 적폐청산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때여서 한국당 의원들이 상당히 민감했던 때인데, 전희경 의원이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임 실장과 86그룹의 사상을 문제 삼았습니다.
"청와대 구성이 전반적으로 한 축으로 기울어져 있다"
"청와대에 들어간 전대협 많은 인사들이 이런(반미)사고에서 벗어났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임 실장과 청와대 참모들을 향해 색깔론을 제기한 거죠 그러자 임 실장이 발끈해서, '그게 질의냐',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반격해 화제가 됐습니다.
올해도 DMZ 방문이나 남북관계, 북미관계 발전 등을 두고 질의와 답변이 오가겠습니다만 임 실장이 비서실장 한지 1년 6개월이나 돼서 좀 더 원숙해졌을 것이고, 야당과의 관계도 중요한 만큼 웬만해서는 임 실장이 흥분하지 않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임미현>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예상할 수 있는 쟁점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안성용> 청와대가 국정의 컨트롤 타워이기 때문에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은데, 소득주도 성장의 유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불협화음, 청와대 업무추진비 문제, 북미관계보다 앞선 남북관계 과속, 물론 이것은 야당의 표현인데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야당이 질의를 할 것으로 보이고, 여당 의원들은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가능성과 우리 정부가 이 과정에서 어떤 중재자 역할을 할 지 같은 정책질의에 충실하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 청와대에서 첫 여야정 협의체가 열리지 않습니까. 여야정 협의체가 잘 된다면 내일 열리는 청와대 국정감사도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게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안성용>네, 지난해 예산심사 때 정부 여당은 만 6세 미만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주기로 하고 예산까지 짜왔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이 필요한 아동들에게만 주자면서 소득하위 70% 계층에게 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소득 하위 90% 계층의 아동들에게만 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지난 9월부터 지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2일)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아동수당을 출산문제와 연계시켜서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에게 아동수당을 월 30만원씩 주자고 제안했습니다.
◇ 임미현> 10만원 주는 것도 상위 소득 계층은 주지 말자고 했던 한국당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까지 월 30만원씩 모든 계층에게 주자고 한 것은 상당한 변화 아니겠습니까?
◈ 안성용> 네, 여기서 포인트는 두 가집니다. '퍼주기 복지'라고 주장하던 한국당이 월 30만원이나 되는 아동수당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까지 주자는 엄청난 '스케일'이 그 하나이고,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에게 수당을 주는 '보편복지'를 들고 나왔다는 게 두 번째입니다.
말씀드린 두 가지 모두 중요한데, 초등학교 6학년까지 매월 30만원씩 주자는 주장은 의미가 있지만 우리 재정 여건상 쉽지 않아 보이구요, 특히 올해는 정부 예산에 반영이 안돼서 실현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한국당은 일자리 예산 등에서 20조원을 깎아서 아동수당 예산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실현가능성은 낮다고 하겠습니다.
핵심은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계층의 어린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준다는 것인데, 한국당이 보편 복지의 큰 흐름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됩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제안에 반대하는 의견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내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축소,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원내대표가 던졌기 때문에 그 무게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대선패배 백서와 맞물려서 한국당이 중도로 한 발짝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구요, 이런 흐름이 남북관계에 대한 유연한 접근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 임미현> 한국당에게 선별복지는 당의 정체성과도 맞물린 문제 아니겠습니까?
◈ 안성용> 그렇습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시리즈 때 한국당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퍼주기 복지, 복지과잉 등을 주장하면서 선별복지를 주장했습니다만 결과는 선거 패배로 나타났는데요, 대표적인 게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에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물어서 찬성이 높게 나오면 물러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가 폭망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당과 보수진영은 서울시장을 잃고 난 뒤부터 점점 하향곡선을 그렸고, 적어도 보육, 교육, 복지 등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