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오찬 형식으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 8월 만남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3개월 사이 평양공동선언·남북 군사합의서 비준 문제를 비롯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싸고도 여야 간 갈등이 더욱 고조돼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회의에선 이 같은 갈등 이슈들이 고스란히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경제문제와 관련해선 여권은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초로 한 과거의 성장방식으론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중심으로 삼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문에도 이 같이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각종 악화된 경제지표를 근거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 수정 또는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계신 것처럼 말씀하시던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정말 달나라 이야기하시는 거 아닌가"라며 날을 세운 바 있다. 결국 양측은 상설협의체 회의를 하루 앞둔 4일에도 충돌했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전날 여당과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모인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들의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는 성장하지만, 민생은 나아지지 않는 모순은 "시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한국당은 즉각 "현 정부는 아직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경제 노선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정반대의 의견을 갖고 만나는 협의체 테이블에서 문 대통령과 여당은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내년도 예산안이 정부안대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한국당 등 야당은 특히 23조 4000여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단기 일자리 예산'이라고 보고, 대폭 삭감을 요구할 태세다.
안보문제를 두고도 접점을 찾기까진 '산 넘어 산'이다. 여권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며, 경제협력 시도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비핵화 실현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보수 야권은 우리 정부의 각종 조치들을 '과속', '안보 포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것을 두고도 청와대와 한국당은 최근 '위헌 논쟁'까지 펼쳤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이 접점을 찾아야 하는 의제로는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문제가 꼽히지만, 벌써부터 한국당은 상설협의체 회의 과정에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경질·해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임 실장에 대해선 '선글라스 시찰 논란', 조 장관은 '리선권 냉면 발언 논란'을 고리로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대북 정책 관련 핵심인사들에 대한 노골적 반발행보로서, 대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은 이번 예산안에 포함된 남북평화기금 예산 1조1000억 원을 두고도 각각 사수와 삭감 의견에 무게를 두고 회의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추진 중인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와, 야 4당이 여권에 요구하는 '고용세습 국정조사' 등 쟁점들이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는 상시 소통의 장이 개설됐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실질적으로 (청와대와 여야가) 논의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