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4일 발표한 BOK경제연구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기업이면서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였다.
대기업 비정규직 1.7%, 중소기업 정규직 56.5%, 중소기업 비정규직 31.2% 등으로 나타났다. 직업 안정성과 임금이 낮은 이들 근로형태는 '2차 노동시장'으로 분류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류기준인 임시직 근로자(temporary worker) 비중은 지난해 20.6%로, OECD 평균(11.2%)을 크게 웃돌았다.
이 와중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OECD 평균에 크게 밑돌았다. 우리나라 임시직의 3년후 정규직 전환율은 22%에 불과했다. 일본(25%), 그리스(36%), 핀란드·프랑스(45%) 등 16개 OECD국가 중 꼴찌였다. 룩셈부르크의 전환율이 80%로 가장 높았다.
장 부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옮겨 가기 위한 가교 역할보다는 한 번 비정규직에 종사하면 고용 안정성이 낮은 2차 노동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정규직 함정(trap)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이 이중구조 양상을 보이면서 청년실업 증가, 여성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년, 여성 고용은 고학력일수록 부진했다.
20대 청년 실업률은 2008년 7.0%에서 2017년 9.9%로 2.9%포인트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4.8%포인트나 확대했다. 구직기간은 2004년 12.3개월에서 지난해 14.4개월까지 늘었다.
또 대졸 이상 남녀의 고용률 차이(남성 대졸자 고용률-여성 대졸자 고용률)는 26%포인트로 OECD에서 가장 컸다. 평균임금도 여성이 36.7%나 적게 받고 있어 격차가 OECD(평균 13.9%) 최고 수준이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를 합한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25.4%로 OECD에서 다섯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보다 비중이 큰 곳은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 등 산업화가 덜 진행된 나라들이었다.
장 부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청년실업 증가, 고용 증가세 둔화는 우리경제가 성장하면서 오랜 기간 쌓여온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주된 구조적 요인은 이중구조 심화로 판단되는 만큼 이를 완화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기업·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성장해 나갈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직업훈련 및 고용 지원서비스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지원 내실화나 보육시설 확충 등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제도적 보완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