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이 바라본 홍심… "강한 사람에게 강한 멋진 사람"

[노컷 인터뷰] '백일의 낭군님' 홍심 역 남지현 ①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에서 홍심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남지현은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했다. 아직 24살이지만 연기 경력은 14년에 이른다. 어린 서영채, 어린 마리아, 어린 소헌왕후, 어린 덕만공주, 어린 한지완, 어린 정연, 어린 유지선, 어린 윤수아 등 그동안 맡은 배역 때문에 여전히 '아역'으로 기억하는 시청자도 많다.

하지만 그는 '가족끼리 왜 이래' 강서울, '쇼핑왕 루이' 고복실, '수상한 파트너' 은봉희 등을 거치며 성인 연기자로도 손색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최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은 더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에게 남지현이라는 배우를 알린 작품이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처음 경험한 사극에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수확이다.

'백일의 낭군님' 종영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남지현을 만났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첫 방송(9월 10일)이 나가기 전에 이미 모든 촬영을 마쳤던 그는, 종영 인터뷰를 하는 지금에서야 끝나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백일의 낭군님'으로 사전제작 드라마를 경험했는데, 촬영 현장에서 다른 점을 느낀 게 있다면.

하루하루 바쁘게 찍어야 하긴 하지만 생방(촬영을) 하는 것보단 확실히 상대적으로 여유롭긴 하다. 사극이라 준비할 것이 굉장히 많았다. 날씨랑 장소 제약도 많이 받았고. 다행히 사전제작이어서 부담감을 많이 내려놨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못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거기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사전제작 드라마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처음 해 보는 작업이라 저도 실수가 나오긴 했다. 목소리, 행동 조율하는 데서 실수가 나온 건데, 이번에는 어떻게 보면 작품 덕분에 그런 걸 많이 혼나지 않고 넘어간 것 같아서 그게 더 죄송하기도 하다. (웃음) 다음에 또 다른 사전제작 작품에 참여하면 실수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드라마 사전제작 환경은 영화 현장과 비슷한가.

사전제작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거다. 아무리 사전제작이어도 드라마는 찍은 걸 보고 다시 하는 게 어렵다. 도리어 영화는 부담감이 없다. 커트별로 모니터링을 하고 후반 작업도 훨씬 오래 한다. ('백일의 낭군님'을 하면서) 추가 촬영은 처음 해 봤다.

▶ 추가 촬영한 것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곳곳에 되게 많다. 첫 방송 시작되고 나서 새로 촬영한 건 없었다. 어떤 게 추가 촬영이냐고 물어본다면 고루 분산돼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남지현은 자신이 맡은 홍심 역할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강한 사람 앞에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편을 들어주며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사진=tvN 제공)
▶ 그래도 이번엔 미리 다 찍어놨으니까 본방 사수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시청자로 보면서 잘한 점,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제가) 많이 부족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말투, 목소리 톤, 동작, 표정 이런 걸 굉장히 많이 확인하면서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게 좀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목소리 톤과 행동, 말투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런데도 시청자분들이 너무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본방 보면서 걱정했던 순간이 더 많았다.

▶ 그동안 tvN에서 사극이 잘 안 됐고 월화드라마의 경우 시청률이 잘 안 나오기도 했다. '백일의 낭군님'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

(제가 들어갔을 때도 '백일의 낭군님') 편성이 계속 옮겨 다니는 상태였다. 촬영 후반쯤에 편성이 됐다. 그냥 저는 작품만 봤다. 퓨전 사극이면서 멜로도, 로코도 보여드릴 수 있었다. 궁 쪽 이야기는 정치 싸움이지만 송주현에서는 재기발랄하고 유머가 빵빵 터지는 얘기도 보여드릴 수 있었다. 처음에 미운 정 고운 정 들어서 티격태격하다가 되게 달달하고 알콩달콩하다가, 행복해지는 순간에 생이별해서 엄청 애절해지고 슬퍼지는 그런 걸 종합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에 있을까 생각해 봤다. 거기다 배경이 사극? 이런 게 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빨라서 이거 해 봐도 재밌겠다 싶었다. 제가 여태까지 해 왔던 것의 축소판이자 완전한 종합선물세트가 되지 않을까 했다. 그것만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갔다. 월화가 고전하고 사극이 잘 안 됐다는 건 기사 보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 본인이 연기한 캐릭터 홍심에게선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홍심이 캐릭터가 되게 흥미로웠다. 되게 당차다. 할 말 굉장히 뚜렷하게 논리적으로 잘한다. 강한 사람한테 강하고 약한 사람 편을 들어주는 아이고,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되게 멋있었다. 캐릭터가 좋게 보이다 보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상황별, 인물별로 달라지는 홍심이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해 드리고 싶었다. 제가 새 작품 할 때마다 그전과 비슷하지만 뭔가 조금은 새로운 게 추가된 것 같은 걸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백일의 낭군님'은 멜로가 단계별로 변하는 게 잘 보인다.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제가 이전에 했던 드라마들과 비슷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고, 생이별하고 나서는 슬프고 애절하지만 애써 미소로 감춰야 하는 어떤 정통 멜로를 했다. 새로운 부분이니까 거기에 집중해 보자 싶었다.

▶ '백일의 낭군님'에서 이율·원득 역을 연기한 도경수가 상대역이었다. 연기자 도경수는 어떤 사람이었나.

생각해 보니까 (도경수가 나온) 작품을 몇 개 봤더라. 실제로 어떻게 연기할까? 되게 궁금했다. 그런데 스케줄이 굉장히 바쁘더라. 그런데도 그 빡빡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진지하게 임하려고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있는 힘을 다해서 하는 느낌이었다. 더 해 줄 수 있는 부분은 같이 잘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제가 또래 상대 배역을 만난 적이 별로 없는데 2살밖에 차이가 안 나서 되게 친구같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배우 남지현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 극중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 톤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경수 씨의 목소리가 사극에 굉장히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목소리와 눈빛도 되게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제 목소리는 사극에 안 어울릴 수 있다. 높고 통통 튀고 리듬감도 뚜렷하기 때문에, 톤 조율에서 사실 조금 실패했다고 본다. 하지만 다행히 드라마 분위기와 홍심이 캐릭터에 잘 맞았다. 원래 혼났어야 했는데 작품 덕을 받아서 넘어갈 수 있었다. 원득이랑 홍심이가 붙어 있는 걸 많이 좋아해 주셔서 좋았다. 감독님이 캐스팅하실 때 (배우의) 눈을 되게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했다. 도경수 씨도 저도 눈이 되게 동그랗게 생기지 않았나. (감독님이) 주연배우 눈이 둘 다 예뻐서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셨단다.

▶ 도경수는 연기자이기 이전에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이기도 한데 혹시 연기할 때 부담되진 않았나.

아이돌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료 배우의 느낌이었다. 도경수와 남지현이 아닌 원득이하고 홍심이니까 당연히 부담은 없었다. 아이돌이라고 생각 못 하고 있다가 촬영 중에 엑소 콘서트 초대받아서 응원 겸 갔는데, 배우들이 다 그랬다. '경수 아이돌이다!'라고.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하는 가수였다고. 현장에 돌아오면 맛있는 것 사 주자고 얘기했다. (웃음) 털털하고 다른 배우들하고 똑같아서 (공연장에서의) 모습이 되게 새로웠다.

▶ '백일의 낭군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나 원득과 홍심의 사랑 이야기였다. 찍으면서 설렜거나, 혹은 시청자들이 좋아하겠다 싶은 장면이 있었나.

아, 이건 시청자분들이 설레겠다 싶은 게 있었다. 원득이로 살려고 마음먹고 송주현으로 돌아왔을 때 제가 제윤(김선호 분)이랑 얘기하는 거 보고 질투해서 마당으로 끌고 온다. 그러다 무릎베개해 주고 오이즙을 발라주려는 씬이 있는데 제가 그거 찍으면서 경수 오빠한테 (보는 분들이 이 장면) 설레할 것 같다고 했다. 근데 정말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제 예측이 맞아서 뿌듯했다. (웃음)

▶ 처음에 작품 들어갈 때 세운 목표가 있었나. 있다면 기대한 바를 얼마나 이뤘다고 생각하는지.

되게 기본적인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배우, 현장 스태프, 후반 스태프, 작가, 감독 등 모두가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현장을 보면서 느꼈다. 물론 다른 드라마도 열심히 했지만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있는 힘을 다해서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고, 어느 현장에서건 이뤄지는 것인데 유달리 뼈저리게 느꼈다. 배우들의 케미도 진짜 중요하다는 걸 다시 되새겼다. 몸에 새겼다고 할까.

▶ tvN 역대 시청률 4위(14.4%25)를 기록했다. 이 정도로 잘 되리라고 예상했나.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편성되고 나서도, 첫 방송이 진짜 잘 나와야 3%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가 나와서 예측하는 걸 포기했다. 시청률 예측의 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근데 올라도 이렇게 오를 줄은 몰랐다. 최고 시청률 10%에 건 것도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해서 그런 거였다. (웃음) 두 자리가 나올 줄 몰랐다. 와, 진짜 꿈만 같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랑을 받았다.

남지현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장면으로 원득과 홍심의 무릎베개 장면을 들었다. (사진='백일의 낭군님 제공)
▶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사랑받았는데 실감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댓글이 다양한 언어로 달리더라, 제 개인 SNS에. 그걸 보며 되게 신기했다. 해외에서도 많이 보시는구나, 해서. SNS 통해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영어, 일어, 동남아시아, 제가 알아보지 못하는 나라의 글자도 있었다. 사전제작이라 미리 해외 판매가 된 것도 있다고 들었지만, (해외 팬들도) 거의 동시간대에 방송을 보고 있어서 놀랐다.

▶ 결말은 마음에 드나.

새드엔딩일까 봐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꽉 닫힌 해피엔딩이다. 작가님이 해피엔딩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저번에 얘기해 주신 건데,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고난과 역경은 겪을지언정 끝은 깨끗하고 후련하게 나는 걸 좋아하신다고. 저는 되게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싹 정리하는 느낌이라서. '백일의 낭군님'스럽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고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끝나는 것 같다. 저희 드라마에는 그 엔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 '백일의 낭군님'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너무너무 사랑해주셔서 진짜 꿈 같은 한 주 한 주를 보냈다.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보면서 같이 웃고 울고 분노했던 드라마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계속>

(노컷 인터뷰 ② 남지현 "저는 항상 제 연기의 부족한 점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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