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둔 여자프로농구 코트의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최근 6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아산 우리은행은 항상 시즌 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경계대상 1순위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 때 나머지 5개 구단 사령탑 중 단 한명도 우리은행을 우승후보로 지목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부터는 외국인선수 제도가 달라졌다. 기존 2명 보유 1명 출전에서 1명 보유로 바뀌었고 2쿼터에는 외국인선수가 아예 뛰지 못한다. 국내선수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 특히 기량이 좋은 국내 장신선수의 가치가 더 높아졌다.
그래서 다수의 관계자들은 국내 최장신이자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198cm)가 버티는 청주 KB스타즈를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다.
우리은행이 시즌 개막 전 경계 대상 1순위에서 밀려난 것은 아마도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우리은행에 처음 부임한 시즌 이후 처음일 것이다.
3일 오후 충남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의 공식 개막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같은 주위의 평가에 대해 "전혀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당연한 평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은 개막전에서 신한은행을 70대45로 완파했다.
우리은행의 유일한 위기는 외국인선수가 벤치로 돌아간 2쿼터였다. 이 시간동안 신한은행에 8대13으로 밀렸다.
우리은행의 간판 가드 박혜진은 "국내 센터가 없어서 시즌 전부터 2쿼터 걱정이 많았다. 국내 선수들끼리 한 쿼터를 뛰어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2쿼터와 달리 나머지 세 쿼터에서 우리은행의 위기는 없었다. 신장 196cm의 장신 센터 크리스탈 토마스는 WKBL 데뷔전에서 21점 16리바운드 3블록슛을 올리며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했다.
위성우 감독은 "토마스가 그리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한은행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않아 보였고 외국인선수 스트릭렌도 키가 작은 선수"라며 "토마스 자신과 비슷한 신장의 선수와 맞붙었을 때가 중요하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마스는 분명 페인트존에서 위력적인 선수였다. 박혜진을 비롯해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임영희, 김정은 등 팀 동료들이 토마스의 플레이를 잘 살렸다. 토마스는 "내가 스크린만 잘해줘도 된다. 동료들이 날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20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임영희는 13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차출 복귀 후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김정은은 경기 출전을 자청해 3-4번 포지션을 두루 맡으며 승리에 공헌했다.
위성우 감독은 "아직 팀이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몸을 사렸지만 오랜 기간 '디펜딩 챔피언'으로 군림한 우리은행의 힘은 개막 첫 경기부터 드러났다.
농구 팬 사이에서는 우리은행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이 있다. '돈 워리(don't worry)' 우리은행의 저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박혜진은 "올해는 우리가 KB스타즈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부담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