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진짜! 넥센이 싫어지려고 한다. 정말 너무 잘해서!"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자가 웃을 때 패자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승부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희비는 더 극명하게 엇갈린다.
2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끝난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시리즈가 그랬다. SK의 2연승 이후 넥센의 2연승. 그리고 마지막 5차전 승부는 마치 끝없이 계속 펼쳐질 것만 같았다.
먼저 3점을 뽑은 넥센. 곧바로 6점을 뽑아 반격한 SK. 9회초 2사에서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때린 넥센의 박병호. 연장 10회초 다시 앞서나간 넥센. 그리고 승부를 결정지은 김강민의 동점홈런과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까지.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가 미안할 정도로 뜨거웠던 한편의 드라마였다.
SK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쓸쓸하게 뒤돌아선 넥센 선수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시리즈 타율 0.429(21타수 9안타) 3홈런 6타점을 기록해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김강민은 "넥센이 싫어지려고 한다. 정말 너무 잘해서"라며 "이만 하면 우리가 떨어지고 너희가 올라가도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정멀 너무 잘해서"라고 말했다.
김강민의 진심이 담긴 격려와 위로는 계속 됐다.
김강민은 "웬만하면 인정 안하려고 했는데,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팀이고 대단한 선수들이다.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많이 해봤지만 이런 경기는 다시 안나올 것 같다. 정말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테랑 김강민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내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고 표현했다. 2군에서 오랫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승리의 감격이 더욱 컸다.
김강민은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가기 싫은 날들이었지만 오늘같은 날이 있으려고 힘들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올시즌을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경기는 꼭 이기고 올시즌을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