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거포 박병호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3년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넥센이 0대3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때렸다.
박병호는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등판한 두산의 간판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포스트시즌 역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홈런을 쏘아올렸다. 니퍼트가 힘차게 던진 높은 직구를 때려 중앙 담장을 크게 넘겼다.
넥센은 패배까지 아웃카운트를 1개 남긴 상황에서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갔다. 13회 접전 끝에 5대8로 졌지만 박병호의 한방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박병호의 클러치 능력이 5년만에 다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재현됐다.
그리고 5년 전 그때처럼 박병호는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박병호는 2일 인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5차전에서 팀이 7대9로 뒤진 9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섰다.
넥센은 8회까지 SK에 4대9로 뒤졌다. 6회초 상대의 작은 수비 실수에 편승해 먼저 3점을 뽑았지만 6회말 2루수 실책 하나가 로맥의 동점 3점홈런을 포함, 6실점으로 이어졌다. 믿었던 안우진이 최항에게 역전 3타점 적시타를 맞아 충격이 더 컸다.
넥센은 9회초 SK 2루수 강승호의 실책에 편승해 3점을 추가, 스코어를 7대9로 좁혔고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박병호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박병호는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Sk 투수 신재웅이 던진 시속 145km짜리 높은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스코어를 9대9 원점으로 되돌린 짜릿한 동점 홈런이었다.
넥센은 기세를 몰아 승부를 뒤집었다. 임병욱이 연장 10회초 2루타로 출루했고 곧바로 김민성이 적시 2루타를 때렸다.
하지만 리버스 스윕은 완성되지 못했다. SK는 10회말 김강민의 동점 솔로홈런, 한동민의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고 11대10으로 이겼다. 박병호가 가을에 쏘아올린 또 한편의 드라마는 결국 '비극'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