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에 휘둘린 잔인한 10월

무역분쟁 당사국, 경제위기국 보다 더 떨어진 10월 증시, 왜?
공매도 거래비중 사상 최대 행진…호실적 기업도 '먹잇감'
선진(?) 투자기법이지만 개미에겐 '그림의 떡'

코스피 지수가 닷새째 하락하면서 장중 2,000선이 붕괴된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0월 한때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며 주가가 22개월 전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달을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대외 악재를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소위 개미들은 공매도를 과도한 폭락장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 'IMF 구제금융' 아르헨티나 보다 더 폭락한 한국증시

'잔인한 10월'이라 불리는 지난달 한달동안 코스피 지수는 무려 13.37%, 코스닥 지수는 21.11% 이나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미국 금리인상 기조와 달러화 강세, 글로벌 무역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세계경제 둔화 우려 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이라며 그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국인 중국 증시(CSI 300)가 8.29%, 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 증시(메르발 지수)가 12% 하락한 것과 비교해 보면 국내 주식의 하락폭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다른 국가에 비해 주가 하락폭이 커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폭락장에서 큰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 몇달 사이 논란이 되고 공매도가 국내 주식시장을 교란시키며 과도한 폭락장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이후 돌아오는 결제일 안에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사서 돌려주고 대신 하락분 만큼의 시세차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이를 근거로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는 등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 공매도에 무너진 증시…사상 최대 실적도 '무용지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달동안 공매도 거래액은 13조 3050억원으로 지난 2008년 6월 공매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기준으로도 공매도 거래금액은 올해 들어서만 1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전체 거래금액 가운데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도 6.62%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간 공매도 거래금액 비중을 살펴봐도 공매도 비중이 커진 날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다.

거래금액 기준으로 공매도 비중이 10월 월간 평균치인 6.62%를 넘긴 거래일은 코스피 지수 2000선인 붕괴된 29일과 '검은 목요일'이라 불리는 11일을 포함해 모두 11거래일 이었으며 이 가운데 2거래일을 빼놓고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거래금액 기준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 2위인 삼성전기의 경우 3분기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되면서 10월들어 주가가 14.49%나 하락했다.

이 기간 삼성전기의 전체 거래금액 가운데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9.39%로 전체 평균 공매도 거래비중 6.62%를 훨씬 뛰어넘었다.

공매도 거래 1위인 셀트리온 역시 주가가 25.51% 하락했으며 거래금액 기준 공매도 비중은 16.65%에 달했다.

◇ 하락장에 주가 낙폭 키워 '개미무덤' 만든다

주가 하락의 요인은 다양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통계수치만을 근거로 공매도가 주가하락을 불러왔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통계를 살펴봐도 공매도 거래금액은 지난 2009년 14조원에서 출발해 주가가 20% 이상 크게 상승한 지난해에도 95조원을 돌파했다.

여기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거래방식인 만큼 다양한 대내외 악재를 미리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매도 거래를 하는 것은 전체 지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다만 삼성전기의 사례에서 처럼 기업의 펀더멘털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공매도가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개인 등 다른 투자자들의게 손실을 안긴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공매도 거래비중이 13.99%를 기록한 지난달 29일 이후 공매도 거래비중이 5~6% 수준으로 떨어지며 4거래일 만에 16.7% 급등했다.

특히, 공매도 제도 자체가 외국인과 기관 등 '큰손'은 접근이 용이한 반면 감독당국의 보완책 마련 계획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원장은 "공매도는 개인과 외국인.기관간 기회의 균등이 이뤄지지 않다는게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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