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북한군이 포탄을 집중적으로 퍼붓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가한 남북한 무력 충돌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다.
과연 온전한 평화가 찾아올 것인가. 어민들은 "아직까지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연평도 토박이인 박태원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노무현 정부때도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돌변했고 그후에 서해 5도에는 많은 아픔들이 잔재해있었다"며 "평화수역이라는 것 자체를 안보에서 확고한 면으로 이끌어 가기 전까지는 지금 이런 상황이 우리에겐 믿기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부터 평화수역이 잘 전개된다고 하면 과거에 힘들게 살았던 부분이 완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난국을 정부가 잘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직까지 실감은 못하지만 가시적인 변화는 감지되고 있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고 1.5km 떨어진 연평부대 OP(관측소)에서는 북한 갈도와 장재도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 군에 따르면 갈도에 배치된 122㎜ 해안포와 장재도의 76.2㎜와 122㎜ 해안포 포문은 모두 폐쇄됐다. 이들 지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러차례 방문할 정도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었던 개머리지역에서도 관측 가능한 4개의 해안포 중 1개를 제외하고는 포문이 모두 닫혔다.
군 관계자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 팩시밀리를 통해 북측에 '포문 1개가 개방돼있으니 조치하라'고 요구했고, 상부에 보고해서 조치하겠다는 회신이 오늘 오전에 왔다"며 "군사 합의를 위반하려는 것은 아니고 우발적인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당국은 해당 포문이 고장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연평도와 백령도 뿐 아니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의 서해안, 동해안 해안포 포문은 모두 폐쇄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도 합의 사항 이행을 완료했다.
북한을 향해 항상 포문이 열려있던 10문의 해안포는 합판과 위장막으로 포문이 폐쇄됐고, 우리 해군 고속정의 40㎜ 함포에도 흰색 덮개가 씌워져 있었다.
박한기 합참의장과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군사 분야 합의사항 이행을 당부했다.
박한기 의장은 "이제 우리 군은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 서겠다"며 "군사대비태세가 완비된 가운데 9·19 군사 합의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승섭 총장도 "이번 남북 군사분야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계기라는 점을 인식하여,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군 본연의 임무인 군사대비태세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