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에서 18타' 신경철 "부끄러워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불명예 기록에도 끝까지 1라운드를 마친 신경철. (사진=KPGA 제공)
1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 1라운드.

4번 홀(파4)에 들어선 신경철(28)의 티샷이 OB가 됐다. 신경철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티샷을 했지만, 두 번이나 더 OB가 나왔다. 결국 드라이버를 2번 아이언으로 바꿨지만, 2개의 OB가 더 났다. 티샷으로만 5개의 OB.

신경철은 3번 아이언으로 바꿔 공을 간신히 페어웨이에 올렸다.

악몽은 끝이 아니었다. 3번 아이언으로 때린 두 번째 샷도 두 차례나 코스 밖으로 나갔다.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신경철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7개의 OB와 함께 18타 만에 4번 홀을 마쳤다. KPGA 투어 사상 한 홀 최다 OB, 최다 타수 불명예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07년 김창민(48)의 OB 6개와 17타.

신경철은 "샷이 안 되는 게 아니었다. 경기 후반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었다. 샷이 아무리 안 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로서 경기를 중간에 포기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90대 타수를 기록한 게 언제였는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때쯤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


신경철은 4번 홀에서 7개의 공을 잃어버렸다. 8개의 공을 가지고 라운드를 시작했기에 나머지 14개 홀을 단 1개의 공으로 소화해야 했다. 원볼룰(동일한 상표와 모델의 공만 사용 가능) 때문에 이동 중에 러프로 가 공을 찾기도 했다.

신경철은 "러프에서 다른 공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면서 "할 수 없이 1개의 공으로 경기했고, 이 때문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신경철은 올해 KPGA 투어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다. 최고 성적은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13위. 6월 데상트코치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깜짝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신경철은 "매치플레이 이후 자신감을 많이 얻었는데 이상하게 다음 대회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으로 흔들렸던 것 같다. 티만 꽂으면 두려왔다.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부담감 속에서 정확한 샷을 만들어내려면 연습 밖에 없다. 지금보다 연습량을 더 늘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1라운드 성적은 20오버파.

신경철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돼 부끄러운 게 사실이지만, 성적이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 모두 내 기록"이라면서 "지금은 골프 자체가 너무 좋다. 대회에 출전해 경기하는 것이 재미있고,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이다.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성공해서 반드시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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