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오승헌(34)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2013년 첫 입영영장을 받은 지 5년 만에 첫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 다수는 "원심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아무런 심리 없이 병역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며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이날 선고는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병역 거부자의 양심 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으므로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지 14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이날 대법원 앞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지난해 7월 수감돼 올해 9월 출소한 박상욱씨를 비롯한 시민단체 활동가 10여명이 모였다.
참여연대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등 5개 단체는 이날 오후 12시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판결을 반겼다.
그러면서도 향후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씨는 "오늘 무죄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심파기 판결 또한 14년 전에 비하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대법원의 판결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
이어 "국방부는 여전히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고 징벌적 대체복무를 고수하고 있다. 사상검증 방식으로 양심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병역거부자들의 소송을 도맡았던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 변호사는 "오늘 판결에서 공동체와 다를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 문장 하나로 감격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기준에 맞는 인권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징벌적 제도를 도입해 겨우 쟁취한 이 역사적 인권 승리를 과거로 되돌리는 선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