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물 1층에서 버무리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 씨는 지난 29일 건물주인 변모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후에 도장을 가지고 자신의 사무실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백 씨는 가게 임대료를 올리려나 싶어 긴장했다.
백 씨가 오후에 사무실을 찾아가니, 변 씨는 한 장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백 씨는 손까지 떨어가며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계약서에는 '한시적 월 임대료 조정 합의서'라는 큰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아래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날 백 씨를 포함한 건물 세입자 12명 모두 기존 임대료에서 15~20%를 낮춘 채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은 당장 11월부터 적용돼 이 건물의 세입자들은 임대료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됐다.
백 씨는 3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10년째 떡볶이 가게를 운영했지만, 임대인이 직접 임대료를 낮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인한테 말하니 장난치지 말라며 농담으로 들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요 근래에 주변 만두 가게나, 타코야끼, 떡볶이 등과 같은 가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락실, 인형 뽑기 등과 같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가게가 들어서고 있다"며 "업종을 바꿔보려고 했는데 고마워서라도 더 해봐야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변 씨 측은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상생 차원에서 결심을 내린 것"이라며 "임대인 또한 함께 이를 부담하고자 세입자의 임대료를 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