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컨더리 보이콧 '사실무근' 발표에도 '우려' 확산된 까닭?

금융위 "美 정부 세컨더리 보이콧 추진 풍문은 사실 무근" 밝혔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 확산일로
금융위 고위 관계자 "고의적이고 컨트롤 불가능할 때 세컨더리보이콧 제재, 우리는 그런 상황 아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국내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경제적 제재)을 추진했다는 풍문에 대해 정부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그칠 줄 몰랐다. 악화된 국내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우려가 우려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3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며 미국 재무부에서 10월 12일 한국의 은행들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풍문과 관련, 국내 은행들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다. 제재 국가인 북한과 거래를 하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까지 제재할 수 있는 조치다.

가뜩이나 주가 폭락으로 우울했던 경제 상황에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까지 더해지자 국민들의 우려는 폭발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오전부터 부랴부랴 보도 참고자료를 낸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명확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경제 불안은 가시질 않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는 주체는 미국인데 왜 국내 은행에만 확인을 한 것인지,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받지 않았다고 선만 그어선 될 일인지,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북 사업에 대한 문의 전화가 와서 자금 세탁 방지쪽 임원이 통화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개별 은행들이 잘 대응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각 은행마다 15~20분 동안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은행들이 대북 관련 이슈들에 대해 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당부의 톤이었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까진 아니고 '경각심'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사실 세컨더리 보이콧과 관련해선 지난 달 15일 VOA(미국의 소리)가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들과 전화 회의를 연 것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5.24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하고, 여러 측면에서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풀려는 데 대해 미리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연히 통보받고 알고 있었고 그 문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 재무부와 기재부 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두 차례나 입장을 밝혔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는 그칠 줄 몰랐다. 조치를 받게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돼 기업이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실상 '경제적 사형선고'인데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9월 미국 재무부 컨퍼런스 콜 이후 국내 은행에 대북 관련 연락은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도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기업들이 북한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국내 언론의 기사 내용이 맞는지 확인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컨더리보이콧 제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봐도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는 고의적이고 컨트롤이 불가능할 때 실시된다"며 "북한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금융사인 방코델타아시아가 2005년 폐점했다는 사례를 들며 우려하고 있는 건데, 우리는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커지자, 이에 대한 우려가 세컨더리 보이콧 뜬소문과 합쳐지며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컨더리보이콧 풍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도 계속해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 금융당국이 현재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경제 상황이 계속해서 안 좋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는 얼마 후 좋아질 것이라고 반복만 하고 있는 구조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와 함께 "한국 경제의 장기적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번져 있는 것과 합쳐지며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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