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속에 美관료가 분노? 해당 관료 누군지 살펴보니

- 브루스 클링너, 워싱턴 방문한 한국 기자들 만나 얘기
- CIA 한국지부 부과장, 분석관 경력…보수적 논조
- “MD 방어망 로비스트 비슷하게 활동”

29일 주요 조간신문 외교.안보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로 한미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이는 청와대도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관료들이 '분노'한다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고 편견이 들어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반도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발 한국 관련 최근 기사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때도 있다. '사실'이 아닌 '의견'과 '생각'을 마치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기사는 반대 진영을 비판하는 단골 메뉴가 되곤 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언론에 보도된 '분노'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은 듯 "미국 조야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특히 우리 정부가 과속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기사가 있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기사는 미국 국부부의 초청을 받은 한국 기자들이 미국의 싱크탱크인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 미국 외교협회(CFR)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의 브리핑과 일문일답을 바탕으로 썼다.


우리 시간으로 27일 낮에 연합뉴스가 <<美전문가 "남북 군사긴장완화 과정서 韓美 사전조율 긴밀해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지만 조간신문들은 미국 정부가 분노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문 대통령의 과속에 분노한다는 말을 한 사람은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다. 연합뉴스의 기사를 인용하면 클링너 연구원은 아래와 같이 얘기했다.

"공개적으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우려하거나 심지어 화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여러 차례 걸쳐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늦추라'는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차원에서 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에 열려 있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클링너는 자국 내부의 우려 섞인 시각을 대변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브루스 클링너가 미국 관료 가운데 어떤 사람들이 분노했는지 밝히지 않아 관료들의 시각을 대변한 것인지, 본인의 우려를 섞어 전달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한 점은 그가 미국의 한반도 문제 연구자 가운데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북 문제에서 그의 보수적 시각은 20년간 CIA, DIA(국방정보국)에서 일한 경력에서 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CIA에서 한국지부 부과장을 역임했고, 보수적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에서 11년간 동북아를 담당했다.

보수에 경도된 시각 때문에 국내에 있는 안보전문가들은 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한 안보전문가는 "클링너가 박사학위도 없지만 CIA 분석관 경력을 활용해 왔다"면서 "수 년동안 미국이 주도하는 MD 방어망 로비스트 비슷하게 활동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MD 체계에 대해서는 중국 등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에 보수적인 박근혜 정부 때도 거리를 뒀던 사안이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 주변에 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 풀의 미약한 영향력에 대해서도 귀뜸했다. "워싱턴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영향력이 없는데 조금 있는 사람들도 한미 갈등을 부풀려서 욕도 많이 먹는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비핵화 관련) 프로세스를 대변해 주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도 "그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강경론자이고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일간지 전문 기자의 평도 비슷하다.

"여러번 만나 봤는데 성실하기는 하지만 내용이나 인사이트(통찰력)는 없는 것 같더라"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