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다…국가가 적극 대응해야"

가정폭력처벌법 '가정의 보호와 유지' 주 목적으로 해
"피해자 중심의 가정폭력 국가 대응시스템 만들어야"

서울 강서구의 한 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전 부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쇄신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690개 여성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의 보호와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해, 가정폭력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김명진 위원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이들의 99%가 풀려났고 구속률은 0.995%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정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현행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5년 동안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한 여성은 "한밤중 전 남편이 도어락을 때려부숴 경찰을 불렀지만 '아줌마, 좀 제대로 사세요. 저 아저씨 불쌍하고 좋은 분이에요'라는 말을 들었다"며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2차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자신을 강서구 살인사건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여성도 나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했다.

이 여성은 "친구에게 숨어다니라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었는데 탄원서를 넣을 걸 후회된다"며 "친구가 한을 풀 수 있도록 사형이 선고되게 시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울먹였다.

참가자들은 "강서구 가정폭력에 의한 살인사건 역시 유족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가정 불화' '우발적 범죄' 등으로 알려졌을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 국가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의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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