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9일 발표한 '외국인 국내소비의 변동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민간소비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증가세가 확대되며 견실하게 회복됐지만, 국내소비는 낮은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그 원인으로 외국인 국내소비의 감소를 꼽았다.
반면 '국내소비'는 소비지출이 발생한 지역을 기준으로 구분되므로 내국인 거주자와 외국인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지출한 소비를 모두 합친 결과를 뜻한다.
KDI는 현재 민간소비는 국민계정 주요 지출항목으로 산출되지만, 국내소비는 민간소비와 수출 항목에 분산돼 발표하기 때문에 내국인 소비자들이 지출한 민간소비 흐름과 국내 판매자들이 체감할 국내소비 현황 간의 괴리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내국인 국내소비는 전년(2.1%)보다 증가폭(2.4%)이 확대됐지만,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년대비 27.9% 감소하면서 국내소비는 전년(2.5%)보다 낮은 1.7% 증가율에 그쳤다.
이러한 지난해 외국인 국내소비 감소폭은 국내소비 증가율을 0.6%p 끌어내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KDI는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체 국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소비 변동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나타난 음식·숙박업의 부진의 경우 해당 산업에 대한 외국인 국내소비의 회귀계수가 빠르게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국내소비의 위축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외국인 국내소비는 평균상승률 13.4%를 감안할 때 추세 대비 41.3% 감소했는데, 이 중 환율 하락(2.9%)에 따른 감소분은 6.1%에 불과할 뿐 나머지 35.2%는 환율 이외의 요인에 따라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환율 이외 요인으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탓에 생겨난 이례적인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지적됐다.
지난해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대비 4.5% 증가한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55.1%나 줄어들어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25.2% 급감했다.
올해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일부 반등했지만, 여전히 이전 수준보다 낮아 소비 관련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환율 이외의 요인이 외국인 국내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서비스업, 음식⋅숙박업 및 서비스소비 증가율이 각각 실적치(2.1%, -2.2%, 1.3%)보다 높은 2.5%, -0.6%, 1.8%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KDI는 "단기적으로는 환율 신축성을 확보해 국내소비의 변동을 완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