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이 밝힌 할리우드 현장… "모든 게 계약서로 쓰인다"

[노컷 인터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내기니 역 수현 ②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 내기니 역을 맡은 배우 수현 (사진=문화창고 제공)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연예계에 데뷔한 수현은 '게임의 여왕', '도망자 플랜 B', '로맨스 타운', '브레인', '스탠바이', 7급 공무원' 등 국내 드라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배우였다. 하지만 인지도가 단숨에 높아진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그는 지난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헬렌 조 역할로 등장하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다크타워: 희망의 탑'에서 아라 캠피그넌 역을 맡았고 이번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는 내기니 역을 맡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현의 행보는 한국에서 수년 이상, 길게는 10년 이상 충분한 활동을 한 후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일반적인 공식'과는 분명 다르다. 지난 2016년 MBC '몬스터'에 출연한 것을 마지막으로 할리우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CGV 용산에서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내기니 역을 맡은 배우 수현을 만났다. 수현은 한국-미국의 촬영 현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한국 활동 계획은 없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노컷 인터뷰 ① '신동사2' 수현, 인종차별 논란에 "속상하진 않지만…")


일문일답 이어서.

▶ '어벤져스'는 본인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때 출연한 것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제가 생각지 못한 경로로 하게 됐으니까. 슈퍼모델로 데뷔하고 나서 정확히 10년 만이었을 거다. 그런 게 되게 행운이라고 본다. 슈퍼모델도 뜻하지 않게 된 거였지만. 참 인생이 재밌네, 싶기도 하다. (웃음) 어벤져스 수현이라고 많이 불렸는데 이젠 좀 다른 수현으로 불리고 싶다. (웃음) 그만큼 사람들이 저를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니, 터닝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 할리우드 활동에 계속 도전 중인데 보람도 있고 힘들기도 할 것 같다.

제가 해외 다니는 걸 좀 좋아하긴 한다. (웃음) 해외 생활을 해서 해외 가는 것 자체에 겁내는 성격은 아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저도 어떤 고정관념이나 공식처럼, 잘해서 뭔가를 이룬 다음에야 외국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저한테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게 된 건, 제가 한국적인 것도 있지만 외국 생활을 하면서 받은 것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일부러 도전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저는 정체성의 갈등이라고만 생각하고, 나 자신에게는 혼란스러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좋게 쓰인 것 같다.

▶ 아시아 배우들이 할리우드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느끼나.

현장보다도 동양인들의 뉴스가 나올 때 느낀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도 엄청 주목받지 않았나. 그런 작품이 나오면 동양계 배우들이 다 같이 포스팅을 한다든지, 바로 영화 보고 연락해 '꼭 봐야 한다'면서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준다. 그렇게 뭉치는 듯한 느낌이 있다. '블랙팬서' 때 흑인들이 확 힘을 몰아줬던 것처럼 동양인들도 좀 더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일적으로 기회가 더 다양하게, 많이 주어진다고 느끼긴 한다.

수현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닥터 헬렌 조 역할을, '다크타워: 희망의 탑'에서 아라 캠피그넌 역을 맡았다.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니 픽쳐스 제공)
▶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안 배우들은 일상성에서 벗어난 특수한 캐릭터로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상황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

제가… 해 보고 싶은 건 너무 많다. 지금은 글쎄, 물론 어느 정도 선별하는 것도 있겠지만 더 많이 도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잠깐 받는 역할이든 아니든, 일단 어떤 캐릭터인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렇게 백인들이 주 캐스트인 곳에서 하는 게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중 롤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 너무 많다. 샌드라 오, 존 조… 너무 멋있게 나이 든 것 같다. 그런 분들도 너무 존경스럽고 저는 개인적으로 케이트 블란쳇. 그분도 호주인이지 않나, 영어를 하시긴 하지만. 장르 상관없이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게 너무 멋지고. 마리옹 꼬띠아르, 스칼렛 요한슨 등등 그런 배우들이 부럽다.

▶ 할리우드 진출에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언어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제가 어릴 때 살다왔으니까 일단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늘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안 되고 더 넓은 세상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런 게 제게 영향을 주었다. 학교 다니면서도 항상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국제화)에 대해 배웠다. 그런 게 어떻게 쓰일까 했는데 외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생각에서 보더(border,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예전에는 CNN의 일본인 앵커를 존경했다. 백인들이 주로 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을 부럽게 생각했다. 제가 초등학교 때 (한국에) 왔다. 계속 (영어를) 까먹고 있어서 좀 싫긴 한데, 이만큼 기억한 거는 제 정체성의 혼란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계속 영어공부를 하기도 했다. 토익, 토플도 하고 논술대회도 많이 나갔다. 대학 때 영자신문부를 해서 타임지나 외국 신문을 많이 봤다.

배우 수현 (사진=문화창고 제공)
▶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작품을 경험해 봤으니 촬영 현장의 차이점도 느꼈을 것 같다. 미국의 현장은 어땠나.

그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다. 가장 다른 것… 각자의 역할 분담이 너무 잘돼 있다. 그래서 매니저가 필요 없다. 각자 역할이 여기까지라는 게 너무 분명하고, 하나하나 다 잘하니까 되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느낌도 있다. 아무래도 그런 시스템이 있으니까 배우들도 편하고. 신경 쓸 것도 많이 없다. 제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외국에 가서 촬영 끝날 때까지 책임을 진다. 밥 잘 주고 숙소도 좋은 집을 얻어서 잘 있었다. 역할에 필요한 게 있다고 하면 그걸 적극적으로 도와주니까.

또, 10시간 안에 다 찍어야 한다. 이동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예전에 12시간인 때도 있었다. 10시간 안에 가야 한다고 하면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줘야 하는 게 거기의 룰이다. 주말은 무조건 쉬게 해 주고. 밥 나오는 시간도 분명히 하고 페이 부분도 되게 철저하고. 모든 게 상세하게 계약서로 쓰인다. 뭉뚱그려서 하는 게 없고, 되게 프로페셔널하고 디테일하게 다 이야기한다. 정확하게 어떤 차를 타야 하고 어떤 집에 있어야 하고 어떤 트레일러에 있어야 한다는 것까지 다 정해져 있다.

▶ 한국에서는 작품 제안이 들어오고 있나.

있다. 제안은 온다. 한국에서는 여성들, 특히 저 같은 30대 여자배우들에게 기회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 한국 활동을 할 생각은 없는지.

너무 있다. (웃음) 해야 한다. 제 계획보다 많이 늦어져서 아쉬움도 많다. 외국 영화는 생각보다 촬영하는 기간이 길어서. 작년에 영화 찍으면서 한국에 한 번도 못 들어갔다. 시리즈물을 하면 제약이 있어서 어렵긴 하지만, 아주 불가능한 건 또 아니다. 계속 기회를 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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