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스튜디오에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가 열렸다. 서류 심사에서 통과한 김진수, 양승동, 이정옥 후보는 177명의 시민자문단 앞에 섰다.
후보들은 공영방송 KBS를 이끌 수장으로서의 철학, KBS 경영 능력과 리더십, 미래 방송의 혁신 방안을 주제로 2번의 발표를 했다. 또한 시민자문단의 현장 질문과 네티즌 질문(공통/개별)에 답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양승동 후보는 우선 '공영방송'을 학교 급식에 비유했다. 그는 "무엇을 먹이면 우리 아이들 하루가 행복해질까 끊임없이 생각하며 연구하는 것처럼, KBS도 국민만 생각해서 감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공영방송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양 후보는 임기 중 시행할 과제로 △믿고 보는 국민의 방송 KBS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영 미디어 △세계적 공영방송으로 도약 △젊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 등 4가지를 들었다.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2030 전략'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편하게 보는 공영 미디어'를 목표로, 앞으로 3년 동안 디지털 콘텐츠 제작비와 시설비를 3배 이상 늘리고 디지털 직종을 신설해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TV보다 스마트폰이 익숙한 미래 세대를 위해 10대를 위한 새로운 뉴스,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본사와 지역방송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디어 교육을 하겠다고 전했다.
'한국형 넷플릭스'도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양 후보는 "온 세상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공룡 미디어에 좌지우지되고 엄청난 자본 투자를 받은 콘텐츠만 살아남는다면 우리 문화의 다양성은 사라질 것"이라며 "국내 다양한 사업자들과 연합해 한국형 넷플릭스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작비 투자', '콘텐츠 중심 조직으로의 경영 효율화', '비정규직 스태프와 독립 제작자들과의 상생'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4월 취임해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 중인 양 후보는, 지난 정책발표회 때 밝힌 과제 중 55%가 완료됐고 40%가 진행 중이며 추진 예정인 것이 5%라고도 덧붙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책발표회를 경험하는 김진수 후보는 '적폐청산'으로는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에 걸쳐 '진영논리' 타파를 주장했다. 그 예로 든 것 중 하나가 양승동 사장에 관한 KBS 양대 노조의 상반된 반응(언론노조 KBS본부 긍정 답변 80.2%, KBS노동조합 사장 연임 반대 답변 86.6%)이었다.
김 후보는 "현재 회사 지도부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지지 위에 서 있어서 한 진영처럼 여겨지고 있다. 다른 진영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이런 대립 구도 속에서는 리더십이 바로 설 수 없다"며 지난 9년 동안 보직을 맡았거나 파업에 참여 안 했다는 이유로 해당 인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좋은 콘텐츠가 자율성과 리더십에서 나온다며 "과거의 권위적인 리더십은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리더십으로 혁신돼야 한다. 각자의 개성과 주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 KBS의 목표를 공유하는 방향의 자율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제가 추구하는 KBS의 미래 비전은 창의성을 살리는 경영과 합리적인 리더십을 통해 더 공정하고 더 독립적이고 더 열려 있고 더 창의적이며 더 자율적이고 더 경쟁력 있고 합리적인 KBS"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혁신으로 만들어질 미래조직 KBS와 좋은 콘텐츠 제작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KBS를 공공성이 극대화된 대한민국 중심 미디어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옥 후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2일의 장기 파업을 벌여 경영진 교체를 이끈 구성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여러분은 KBS의 변화를 진정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현재 KBS가 '위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는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 시청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통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기 △시청자 목소리 듣기 △뉴스와 프로그램 공정성 수시 점검 △독립 철학과 소신을 지키는 각오 △공정인사 △적폐청산은 철저하게 하되 상처는 최소화 △열린 경영 △시청자에게 진정한 사과 △노사 간 대화와 협력 유도 등 9가지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KBS 프로그램의 공정성·신뢰성·이미지 등 의견을 반영하는 정기적 여론조사 시행, 시청자 의견을 프로그램에 반영하기(예 : 탐사 프로그램 주제 선정), 보도본부와 제작본부에 팩트체크 위원회 상설화, 과거 잘못을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 임원 회의 아젠다를 사내 전산망에 공개, 사원 청원 제도 구축, 오보를 하거나 사회적 비판을 받을 일이 생기면 담당자와 책임자가 직접 방송에 나와 사과하는 것 등이었다.
이 후보는 또한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만큼, KBS의 경영 효율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8월 기준 441억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위기관리 전략 TF'를 운영해 제작비가 적절히 쓰이고 있는지 낭비 요소는 없는지 살피고, 수신료 누락분을 조사해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에 관해서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관리를 전담하고 분산된 멀티미디어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모바일 퍼스트 전략센터' 설립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모바일 퍼스트 정책은 굉장히 급한 정책"이라며 "3년 안에 지상파와 모바일의 비율을 1:1 균형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전했다.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과 질의응답 내용에 관한 시민자문단의 평가는 오는 31일 열리는 KBS이사회 면접 때 반영된다. 시민자문단 평가 40%, 이사회 자체 평가 60%다. KBS이사회는 이날 최종 1인의 후보를 추려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