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부진은 협력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전속계약 등으로 인해 대기업의 위기가 협력사로 그대로 전이되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구조 속에 중소협력사는 물론 글로벌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흔들렸다.
◇ '최악의 성적' 완성차 업계… 팔아도 남은 게 없다
현대자동차의 올해 3분기 성적표는 가히 최악에 가깝다.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나 감소해 2889억 원을 기록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최저치이자 애초 시장 예상치인 8000억 원보다 한참 밑돌았다.
환율과 리콜 등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품질비용 지출이 발목을 잡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던 터키와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에 닥친 경제위기가 그대로 현대차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달러부터 유로, 리라, 루블 등 모든 통화상태가 불리한 상황이다.
품질관리 비용도 크게 늘었다. 올 2월, 북미 지역에서 불거진 에어백 부품 리콜로 5000억 원이 추가로 나갔고 새로 개발한 '엔진 진단 신기술(KSDS)'도 차량에 탑재하면서 지출이 늘었다.
쌍용차는 이번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의 3분기 영업손실은 220억 원으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차를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분리를 두고 노사가 다시 충돌한 한국GM은 올해도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5년간 누적적자만 2조 5천억 원이다.
◇ 협력사는 생존문제… 전문가 "전망도 밝지 않다"
완성차 업계가 흔들리자 협력사는 휘청였다. 협력사가 차량 부품 등을 대기업에 '전속계약'으로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대기업의 위기는 그대로 협력사로 이어진다.
전속계약이 비록 생산효율성을 높이고 원청과의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협력사의 독자적 기술개발과 자생력은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결국 협력사들이 한데 모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2일, 3조 원의 긴급 자금 수혈을 정부에 요청했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글로벌 부품사도 흔들렸다. 2017년 기준 세계 7위 글로벌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3분기 영업이익이 15%나 감소했고 세계 38위 현대위아는 36% 줄었다. 국내 177만 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전망도 우울하다. 비우호적인 환율시장도 문제지만 반등요소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1고 3저'(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부터 지배구조,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대기아차, 노사 갈등이 다시 시작된 한국GM 등 각 기업이 가진 리스크도 크다.
미국, 일본과 달리 한국만 후퇴하고 있다. 도요타는 2분기 6조 9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GM과 폭스바겐이 매 분기 6~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1.2%에 그쳤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위가 무너지면 전체가 무너지는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정책 자체가 (기업들에) 악조건이 누적되면서 경착륙했기 때문에 기업에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대해서도 "페스트 팔로우(Fast Follower)가 몸에 익어 있다"며 "퍼스트 무브(First Mover, 선도주자)로 가야하지만 상승요소가 부족한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