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에 힘썼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2년차에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의식한 듯 날카로운 지적을 삼가는 분위기이다.
지난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선동열 국감'이라고 불릴 만큼 의원들이 증인으로 나온 선 감독을 압박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정작 현장에서는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공무원들에게 징계를 하지 않고 '주의' 조치만 내린 것에 대해 문화예술계가 극렬히 반발하고 있지만 관련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전반적으로 말을 아꼈고, 한국당은 반성의 태도를 보이기는 커녕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의 공정성에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분들이 많은 불만을 갖고 있더라"며 "도종환 장관이 그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달라"고 당부하는 정도였다.
여당과 제1야당이 대부분 침묵하는 사이,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이 문체부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문제는 그만두자 조직의 피로도가 쌓였다고 보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적폐청산 시계가 멈춰버렸다"며 "정부가 적폐청산 의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 2기 조사위를 운영하거나 광범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진 문체부 산하 기관들의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블랙리스트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나마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출판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고위 간부가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 유일했다.
문체부 산하기관의 한 직원은 "이번 국감은 큰 이슈가 없었다"며 "우리 기관에서 받았던 지적도 매년 나왔던 지적이라 새로울 것이 없었다"고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국정감사를 지켜본 문화예술계 관계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은 동료 의원인 도 장관의 눈치를 보는 것 같고, 한국당은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다"며 "예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담당했던 전직 민간위원들도 맹탕 국감을 지적했다.
이원재 전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블랙리스트 사태는 대통령의 주요 탄핵 사유가 될 만큼 중대한 사안인데도 민주당이 여당이 된 뒤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원죄가 있는 한국당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끝까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해야할 민주당 의원들도 침묵하면서 정부 부처에 대한 감시, 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도종환 장관과 문화예술계 사이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 장관은 지난 14일 전직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민간위원들을 면담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당시 도 장관은 이미 발표된 블랙리스트 연루 공무원들의 처분 계획을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문체부를 포함한 종합국감에서 도 장관이 블랙리스트 공무원 징계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별도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오는 11월 3일 '블랙리스트, 블랙라스트'라는 이름으로 국회 앞에서 청와대까지 대규모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예술인들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131명의 책임규명안을 '수사의뢰 7명, 징계 0명'으로 형해화시켰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