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합의 위헌비준' 논란 지속…靑 출구 모색

-靑, 내달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 시도…'비준 공방' 매듭지을까
-반복되는 野 반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걸림돌'로 판단한 듯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메시지도 갈등정국 '변수'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은 고수위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남북 군사합의서 비준은 '위헌' 논란으로까지 번졌고,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와의 설전 끝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 등 각종 강경 조치를 준비 중이다.

대야(對野)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내달 초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국내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비준의 목표이기도 했던 '남북관계 개선 동력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곽상도, 최교일, 임이자 의원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기자
◇ 군사합의서 비준 두고 갈등 격화…뿌리는 '대북 인식차'


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남북 간 긴장 완화 조치를 담은 군사합의서를 비준한 게 위헌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청와대가 공방에 가세하면서 격화됐다.

자유한국당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은 국회의 비준동의 대상임이 적시된 헌법 60조를 들어 문 대통령의 비준을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는 남북관계발전법상 남북 합의는 민족 내부의 거래며, 국가 간 '조약'이 아니므로 헌법 60조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법 해석 공방의 뿌리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인식차에서 출발한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에서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외신 인터뷰에서도 "(김 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물질들을 전부 없애겠다는 것, 전부가 포함된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런 만큼, 군사 긴장완화는 곧 비핵화 촉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한국당 등은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군사 긴장 해소조치에 응하는 건 안보 포기행위라는 주장을 강조해왔다. 이번 비준을 '과속'이라고 비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 정책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靑, 공방 끝 '對野 소통' 시도…"다음달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 논의 중"

청와대 역시 이를 인식하고, 대야(對野) 소통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정무수석실이 다음달 5일 여·야·정 상설 협의체 개최를 위해 여야와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 회동 형식으로 첫 회의를 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만 해도 야당을 겨냥해 "(이번 비준이 위헌이라는) 그런 주장 자체가 위헌적 발상"(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라며 날을 세우던 것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협의체 회의가 열리게 되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이번 비준 논란부터 국회에 머물고 있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될 전망이다.

그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여권이 안보 분야에서도 협치를 강조했음에도, 남북·북미 간 협상 과정에 대한 정보 공유가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줄곧 나왔었다. 때문에 이번 협의체 가동 시도가 야권 인식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다음달 1일엔 국회 시정연설도 예정돼 있는데, 이 때 정부가 여야를 상대로 내놓을 메시지도 갈등 정국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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