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대만이 탈원전 탓에 고질적인 전력문제를 겪고 있다고도 전했다.
보도가 나오자 댓글들이 쏟아졌다.
"문 정부는 대만에서 배워야 한다", "우리도 탈원전 국민투표 하자", "우리나라 탈원전 롤모델이 대만 아니었나? 우리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따져봐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대만이 오는 11월 24일 탈원전 정책의 폐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2025년 비핵 국가' 정책의 폐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이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법적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실시되는 거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법정 청원 수 28만 1,745건을 넘으면 어떤 청원도 국민투표 대상이 된다.
실제로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탈원전 폐지 여부를 포함해 모두 10개 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된다.
'유독' 탈원전에 대한 대만 여론이 '폭발'했다기에는 뭔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둘째, 지난해 8월 대만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정전이 탈원전 탓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당시 정전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가스공급 차단이었다.
LNG 발전소 직원이 실수로 약 2분간 에어밸브를 잠궜고, 이에 연료공급이 중단되며 발전소 전체 전력망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만 전체 가구의 64%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다. 한마디로 인재(人災)였다.
여기에 정전의 규모가 커지도록 불을 지핀 것은 하나의 발전소가 커버하는 전기공급량이었다.
당시 정지된 대만 타탄 가스발전단지(420만Kw)는 대만 발전설비 전체의 약 12%를 차지한다. 대규모 발전소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만 언론 <자유시보>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전력공사의 한 관계자 역시 대정전 이후 "원전 가동도 (전력 복구에) 소용 없었을 것"이라며 "어떤 발전 방식으로 예비전력을 늘렸어도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달리 한국은 전력공급이 상대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단일 가스배관 차단으로 정지될 수 있는 발전기 규모가 전체 전력공급규모의 2퍼센트 수준이다. 혹여 한 곳의 전력이 차단되더라도, 대만처럼 대규모 정전이 일어날 확률은 낮은 편이다.
공급전력 예비율 역시 한국이 대만을 훨씬 상회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대만 전력수급 현황과 공급역량 확충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의 전력예비율은 평균 10%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20% 정도의 예비율을 유지 중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7월에도 10%를 넘기고, 때로는 20%를 훌쩍 웃돌기도 했다.
목표로 하는 탈원전 시점도 분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대만은 2025년까지 원전 가동률 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매우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82년 까지 약 60년간 전력 수급을 고려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두 나라의 '탈핵 시간표' 자체가 대만은 10년, 한국은 60년으로 차이가 큰 탓에 직접 비교가 어렵다.